[CEO뷰] 삼성증권 장석훈,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진면목 보여줄까
[CEO뷰] 삼성증권 장석훈, 최악의 경영환경에서 진면목 보여줄까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3.02.15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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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ㅣ 삼성증권
장석훈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 ㅣ 삼성증권

삼성증권 장석훈 사장이 진땀 나는 승부에 들어섰다. 증권사를 둘러싼 2023년의 환경은 암울하다. 거래대금은 줄고 있고 예탁 잔고와 신용융자 잔고도 주저앉았다. 브로커리지, 자산관리(WM) 투자금융(IB) 등 수수료 비즈니스 부진이 우려되는 시그널이 널려있다. 역설적으로 CEO의 경영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은 힘을 얻는다. 진정한 실력자는 경영 환경이 최악일 때 진면목을 드러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장석훈 사장은 지난해 12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2018년 7월 대표이사 직무대행(부사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로 구성훈 전 사장이 물러난 자리였다. '초대형 금융사고' 를 안정감 있게 수습한 데 힘입어 그는 2020년 1월 삼성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연임에 성공하며 2024년 3월까지 삼성증권을 이끌게 됐다. 

2020년과 2021년, 2022년 상반기는 증시 호황기로 평가된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써냈고 삼성증권도 호황의 수혜를 누렸다.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었던 만큼 CEO가 누구든 삼성증권이라는 조직과 시스템만으로도 낼 수 있는 성과라는 야박한 평가도 있다. 그러나 2023년은 만만찮은 도전의 시간이다. 코스피가 급락하며 2022년 3분기 실적이 주춤하더니 4분기에는 '어닝쇼크'라는 성적표를 마주한 상황이다. 그의 진정한 실력을 가늠해 보는 무대가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삼성증권도 역시나 못 피한 '어닝쇼크'...1년새 영업익 반토막

국내 증권사들이 지난해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한 가운데 삼성증권도 부진한 성적표를 피할 순 없게 됐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5.8% 감소한 578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세전이익은 56.6% 줄어든 5759억원, 당기순이익은 56.1% 줄어든 4239억원에 그쳤다. 

삼성증권은 2021년에는 증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인 1조311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나 1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거래대금 감소와 금리 상승에 따른 수수료 수익, 운용 수익 감소로 전년 대비 실적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자세한 실적이 발표되진 않았으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시장 컨센서스를 크게 밑돌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의 4분기 연결 이익은 119억원으로 당사 추정치(1041억원)와 컨센서스(953억원)를 크게 하회했다"며 "별도로는 58억원 손실이 발생하며 마찬가지로 당사 추정치 934억원을 크게 하회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어닝쇼크로 주당배당금도 당사 예상 수준인 2000원을 하회한 1700원으로 확정됐다"면서 "다만 특정 부문에서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예상 수준을 소폭씩 미달해 전체 이익이 감소한 것이기 때문에 연초 이후 매크로 상황 개선에 힘입어 올해는 기존 예상에 크게 미달하는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자산관리 명가 타이틀...디지털 혁신 거듭 강조

ㅣ 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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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은 자산관리 역량이 뛰어난 증권사로 꼽힌다. 특히 장 사장은 디지털 혁신을 거듭 강조하며 디지털 자산관리 역량키우기에 공을 들였다.  이에 삼성증권은 인공지능(AI) 기반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 '굴링',  투자 케어 서비스 '에스라운지'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4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활용해 개인별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굴링을 선보였다. 이어 10월에는 국내주식 개별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는 '주식굴링'으로 확장했다. 

주식굴링은 투자자가 '항공우주', '전기차' 등 원하는 테마를 설정하고 투자금액을 입력하면 편입된 종목을 보여준다. 테마 내 종목별 비중은 투자자가 설정한 투자금액 수준에서 기본적으로 동일한 수량으로 분산된다. 비중을 다르게 하고 싶다면 각 종목별 변동성 등을 고려한 주식굴링의 추천 비중을 확인해 투자할 수 있다. 투자자가 직접 종목 비중을 조정하거나 투자를 원하지 않는 종목은 삭제해 투자자 맞춤형으로 구성할 수도 있다.

에스라운지는 '컨설팅 라운지', '투자정보 라운지', '세미나 라운지' 총 세 가지로 서비스를 구분해 제공한다. 컨설팅 라운지를 통해 디지털 채널로 거래하는 비대면 고객도 디지털 프라이빗뱅커(PB)에게 전화해 투자 상담과 업무처리 등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투자정보 라운지는 고객이 직접 선택한 맞춤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코멘트를 휴대폰에 팝업 메시지 형태로 실시간 제공하거나 고액자산가 및 주식 투자 고수 등이 선택한 투자자산을 랭킹차트 형태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특히 인기다. 아울러 세미나 라운지를 통해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강연 형태로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미국 주식 주간거래 서비스 출시와 함께 금융통합앱 최초로 '모니모'에 채권매매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지난해 개인투자자들의 온라인 채권 판매 규모가 2조원을 넘어서자 삼성증권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채권 매매 활성화에 나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시대에 맞춰 채권 투자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채권을 포함해 더욱 쉽고 편리한 자산관리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장석훈, 그는 누구? 

1963년생인 장 사장은 서울 태생으로 홍대부속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교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해 상품지원담당, 전략인사실장, 인사팀 담당 임원, 경영지원실장을 거쳤다. 2013년에 삼성화재 인사팀 담당으로 자리를 옮겨 전무까지 올랐다.

이후 2018년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로 삼성증권에 돌아와 같은 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삼성 금융 계열사에서 주로 인사와 재무를 담당, '관리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꼼꼼하고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장 사장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 '은둔형 CEO'로 알려져 있다. 대외적으로 공식 신년사도 거의 내지 않고 내부 유튜브 행사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처세술에 능한 CEO'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오너 밑에서 일하는 CEO들은 오너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많다. 각종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보다 아예 보이지 않는 것이 장기근속의 비결 아니겠느냐"라는 관전평을 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