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상장 5대 건설사, 누가 웃었나...주택비중· 해외사업 따라 희비
[분석] 상장 5대 건설사, 누가 웃었나...주택비중· 해외사업 따라 희비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3.02.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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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비즈트리뷴 이아현 디자이너

부동산 경기 침체, 금리 변동 등의 요인으로 인해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국내 주택 부문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부문뿐 아니라 플랜트, 토목 부문 수주를 일찌감치 확보해둔 건설사들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상장 5대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대우건설)는 최근 4분기 실적과 올해 경영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 사업 및 신사업 비중에 따라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국내 주택 부문의 비중이 낮은 삼성물산과 해외 사업 성과가 높은 대우건설은 최대실적을 올리며 영업익이 상승했다. 반면 DL이앤씨는 주택 부문 마진 감소로 영업익이 반토막이 났고, 현대건설과 GS건설도 영업익 두 자릿수 감소를 나타냈다. 

■ 삼성물산·대우건설, 호실적에 '웃음'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14조5,980억 원, 영업이익 8,75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8.6% 급증했으며, 주요 5개 건설사 중 영업이익 1위를 기록했다. 매출액도 32.8% 증가하여 현대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 증가한 10조4,192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9% 증가한 7,600억 원을 달성했다. 매출액 규모는 5개 건설사 중 4위이지만, 영업이익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이어 2위를 나타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국내 주택 부문 비중을 낮추고 반도체 공장과 해외 프로젝트의 매출 비중을 확대한 것이 영업이익 증가에 기여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원자재값 상승의 영향을 받는 주택 부문 매출 비중이 11~12%로 낮은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0.8% 증가한 2,468억 원을 기록, 시장 추정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나타냈다. 주택·건축 부문의 비중은 52%로 높은 편이나 베트남에서의 실적 호조가 영업이익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해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 개발 사업 등 연결종속 부문에서 매출액이 4,920억 원 발생한 것이 영업이익 호조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는 '씁쓸한 실적'

주택 부문의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원자잿값 상승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DL이앤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96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2% 감소했다. 매출액도 전년 대비 1.8% 감소한 7조4,968억 원을 기록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상승 및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한 원가상승에 따른 주택 마진 쇼크로 실적이 시장 추정치를 하회했다"고 진단했다. 토목과 플랜트, 해외법인 실적은 추정치를 상회했으나 실적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17.6% 증가한 21조2,391억 원을 기록해 5개 건설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사우디 마르잔 공사와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사업 프로젝트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8% 감소한 5,820억 원을 기록하며 5개 건설사 중 3위에 머물렀다. 

GS건설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36.1% 상승한 12조2,990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1% 감소한 5,550억 원을 나타냈다. 

이들 건설사는 해외 사업 프로젝트의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와 자잿값 상승 등의 영향으로 실적이 큰 폭으로 꺾였다. 

■ "올해엔 방어(주택)와 공격(해외·신사업)이 모두 필요"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 사업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전략을, 해외 신사업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전략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택 부문의 비중이 높아 지난해 영업이익이 급감한 건설사들은 더욱 해외 부문 사업에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사의 올해 이익 추정치는 주택 부문 마진 하락을 하향 조정이 이루어져 왔다"며, "올해부터는 분양 물량의 감소가 가시화됨에 따라 이에 대한 방어와 동시에 해외 및 신사업 수주에 열을 올릴 때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래야만이 향후 1~2년 간 이어질 주택의 실적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동시에 멀티플이 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대해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초과달성한 건설 수주가 본격 매출화되면서 레벨업된 영업이익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와 UAE에서 추진되는 태양광, 수소, 신도시 사업 관련 의미 있는 수주 등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도 비주택 부문의 추가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올해 해외 부문은 주요 거점국가(나이지리아, 이라크, 리비아) 위주의 수익성 수주 전략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연내 리비아 발전 및 재건사업(2.5조 원)을 비롯해 이라크 알포 관련 공사, 사우디 네옴시티 관련 프로젝트(6,500억 원) 등 5조 원 이상의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모잠비크 LNG 공사 재개 가능성은 잔고의 매출화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 해외 사업에서 활로 찾을 전망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도 비주택 부문 또는 해외 사업 부문에서 활로를 찾을 전망이다. 

DL이앤씨의 경우 상반기 플랜트 수주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동 일부에서의 화공플랜트와 동남아 발전소 수주, 그리고 국내 민간발주 화공 EPC를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파이프라인 현장이 불투명하고 수주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대건설도 올해 해외 수주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우디 시장 내 아미랄 PKG 1,4를 비롯해 아람코 NEC 협약에 기인한 수의계약 프로젝트, 네옴 터널 3개 패키지와 더불어 카타르 LNG, 베트남 국제공항과 아시아 철도 등 다양한 지역과 공종에서의 성과 가능성 역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GS건설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의 해외 수주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시장 분야로 추진중인 호주 인프라 부문의 대형 파이프라인은 부재했으나, GS이니마(2.5조 원)와 해외 모듈러(약 0.7조 원), 베트남 개발사업(약 0.4조 원) 등 신사업 부문(총 3.5조 원)과 해외 플랜트(약 0.7조 원)에서의 성과는 국내 수주 감소를 일정 부분 만회해 나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비즈트리뷴=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