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갭이어
[생각다이어리] 갭이어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10.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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갭이어(Gap year)는 학업이나 일을 잠시 멈추고 봉사교육 인턴 같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도적으로 진로탐색의 시간을 갖는 걸 말합니다.
서양에서는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전 1년 또는 대학입학 후 1학년을 보내고 1년 정도 갭이어를 갖습니다. 

주로 배움을 끝마치지 않고 진로나 직업을 정하기 전 젊은 세대들에게 적용됐습니다.
하지만 요즘 갭이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등장했습니다.
생애 전환기에 해당되는 50대에 갭이어가 더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는 “평균수명의 연장은 엄청난 혁명이다.
사회구조 변혁보다 더 무서운 일이다. 그런데 백 년을 사는 것에 대해 이렇게 대책이 없을 수가 있나.
”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그동안 대학까지 10몇 년 정도 공부한 것으로 60년을 버텼다.
백세시대에는 중년기에 자기 삶과 인생을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정신분석학자 칼 구스타프 융은 중년기를 인생의 전환점이자 위기의 시기로 보고 이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했습니다.
석학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찌 보면 백세시대에는 그 절반쯤 되는 시기에 한번 더 의무교육 과정 같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건강검진을 의무화하는 것처럼 중장년 시기에 갭이어를 제도화하는 것은 검토할 만합니다.
일부 직업군에만 존재하는 안식년을 모든 직업군으로 확대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아니면 인사제도에 ‘퇴직준비휴가제’ 같은 걸 도입해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것도 가능한 방법니다. 

단순히 교육 커리큘럼을 넘어 인턴십, 국내외 봉사활동 같은 새로운 일자리와 활동경험을 쌓을 수 있는 컨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도 병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생애전환 과정을 개인에게만 맡겨 두는 건 무책임한 시대가 됐습니다.
백세시대에 50플러스 세대는 살아온 만큼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50플러스 세대에게 오히려 잠시 멈춤, 탐색할 시간과 기회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