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79일의 기적] ① 포스코 경영진들 '신의 한 수' … "창사이래 가장 잘한 결정"
[르포 79일의 기적] ① 포스코 경영진들 '신의 한 수' … "창사이래 가장 잘한 결정"
  • 김려흔 기자
  • 승인 2022.11.2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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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리뷴 =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근 범람이 시작된 장소. 하류로 갈 수록 폭이 좁아진다.
▲비즈트리뷴 = 포스코 포항제철소 인근 범람이 시작된 장소. 하류로 갈 수록 폭이 좁아진다.

[포항=김려흔기자(비즈트리뷴)]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간 포항시 포스코 포항 제철소 인근은 처참했다. 힌남노가 들이닥치기 전에 있었던 축구장, 자전거길, 체육공원 등의 모습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피해를 입은 상황임에도 하늘을 막을 수 없는 노릇이니 비가 오는 날은 작업을 중단해야한다. 이번 범람은 상식적인 상류부터 범람한 것이 아닌 하류로 가까워지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범람이 시작된 부분은 제방과 제방사이 간격이 150m 정도이며 하류로 갈수록 강폭이 좁아지는 구조다. 그렇다보니 물살이 흘러 내리는데 이미 한계점을 넘어서 범람을 하고 그러면서 포스코 제철소까지 침범을 한 것이다.

▲비즈트리뷴 제공 = 황종연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철강엔지니어링연구그룹 그룹장이 범람 시작점에서 당시 설명을 하고 있다.

23일 황종연 포스코 저탄소공정연구소 철강엔지니어링연구그룹 그룹장은 범람이 최초로 시작된 지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힌남노 때와 같은) 폭우가 몇년에 한번씩 내릴 것인가 했을 때 관측소에서는 4시간동안 340mm가 내리는 경우는 5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로 제방과 제방사이가 품을 수 있는 양을 초과할 정도였다"면서 "새벽 0시부터 6시사이가 만조의 시간인데 만조라하면 간만의 차가 중요하다. 여기(범람 시작점)는 간만의 차가 1m인데 만조가 겹쳤다는 것도 악운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황 그룹장이 설명을 했던 범람 지역은 전날 비가와서 더욱 상황이 안좋았다. 진흙투성이었고 큰 생필품들이 떠밀려 온 흔적들이 곳곳에 보였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본사에서 만난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범람지역부터 3문 2문 정문 1문의 순서인데 8m, 12m되는 지하와 지상으로도 620만톤의 물이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이는 300만평 정도로 서울 여의도 면적에 해당하는 정도다. 

제철소로 이 만큼의 물이 들어오게 된 것은 냉천교(하류)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이다보니 냉장고, 자전거 등 큰 물품들이 떠밀려와 냉천교를 막아 댐역할을 하게됐고, 결국 마을을 휩쓸고 제철소로 물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찍은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물살은 육안으로도 너무 빠르다고 느낄 정도로 강하게 흘러 일부 담을 무너뜨릴 정도였다. 천 부소장은 "보통의 태풍 예보에 대비해 메뉴얼상으로는 3일전부터 대비를 하는데 이번에는 일주일 전부터 비상대책반을 가동했다"고 말했다. 

김진보 선강담당 부소장은 "1973년 고로가 처음 가동됐고 약 50년동안 태풍이 수백개가 지나갔다. 기억에 남는 것은 태풍 매미때인데 피해가 컸음에도 고로조업은 잘 돌아갔다"면서 "50년동안 고로를 사전에 중지시키고 누구라도 그런생각(고로를 가동중지 시킨다는)은 못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이번 힌남노 때 고로를 중단 시키라고 했을 때 소위말하는 고로쟁이들은 너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다들 30년 넘게 했고 고로 중지가 스위치만 끄면되는 쉽고 간단한게 아니다"라며 "중지를 위해 며칠전부터 작업으로 준비하고 후공정 등 다 정지가 돼야하고 고로를 중지시키면 발전소는 물론 모두 올스톱이 되서 이건 너무 과하다고 당시에는 생각해서 볼멘소리들이 실제로 많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막상 이런 사고를 당하고 힘들게 복구를 하고 정상 수준까지 올려놓고 나니까 내가 다니는 회사지만 50년동안 그많은 태풍이 지나갔는데 이번에 고로 중지를 하라고 경영자가 한 것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생각할 정도"라며 "30년동안 쇳물만 보고 살아온 사람인데 이 30년동안 회사생활하면서 경영자들이 많은 결정을 했지만 이번 고로 가동중지가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극찬했다. 
 
김 부소장의 설명과 같이 고로 휴풍은 물론이고 전로 출강 중단을 비롯해 포스코는 기존 강풍 폭우 메뉴얼 대응뿐만 아니라 특별대응을 했다. 

포스코는 ▲고로 휴풍과 전로 출강 중단으로 고로 폭발, 전로 쇳물 유출 화재 등을 방지했고 ▲全압연(18개)라인을 가동 중지해 모터 소손 방지와 가열로 폭발 방지를 했으며, ▲정비 수리작업을 전면 중단하고 직원들을 일체 이동을 금지했다. 출근시간 또한 12시 이후로 조정하는 등 특별대응을 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2차사고를 막아냈다. 

천 부소장은 "태풍을 통과하는 시간은 불과 3시간 정도였지만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불을 끄고 온도를 올리고 하는 시간이 6시간 정도였고 고로 역시 휴풍을 가동하는데도 6시간에서 12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소의 하루 생산량 약 40만톤을 생각하면 이같은 결정이 얼마나 무거웠을 지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피해)복구 제품 순서는 시장의 수급사항을 고려해 재고가 없다든지 수급상황으로 우선순위를 결정했다"면서 "결정을 토대로 거기에 복구 자원을 집중했다. 제품 순서는 냉연 열연 선재 후판 순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