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손보업계 '빅4', 1~3분기 실적 호조...전망은?
[분석] 손보업계 '빅4', 1~3분기 실적 호조...전망은?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11.11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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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손해보험업계 '빅4'가 집중호우와 태풍 피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사상 최대 규모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여권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이 거센 만큼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11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 손보사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8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2조3248억원 대비 22.6% 증가했다.

각사별로 보면 삼성화재의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326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222억원 대비 104억원(1%)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자 특별배당 제외 시 13.6% 증가한 수치다. 또 역대 3분기 누적 기준 가장 큰 규모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인 1조926억원에 맞먹는 수준이다.

DB손보는 같은 기간 8170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6455억원 대비 26.6% 증가했다. DB손보도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인 7769억원을 넘어서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당기순이익 1조원 돌파가 전망된다.

DB손보 관계자는 "3분기 백내장 손해액 감소, MR 개선 노력, 실손요율인상효과 등에 따른 장기보험 손해율 개선이 호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이와 더불어 환헤지 손익 증가 및 해외 PEF 보유 현금배당 등에 따라 투자영업이익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 역시 전년 대비 23.4% 성장한 4785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인 4384억원을 뛰어넘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3분기는 8~9월 집중호우, 태풍 피해 등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 일반보험 손해율이 상승했으나 장기위험손해율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사업비율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호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KB손보의 경우 올해 사옥 매각으로 인한 대규모 일회성 이익이 약 1570억원 가량 발생하면서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KB손보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5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2694억원 대비 무려 93.5% 상승했다. 

이렇듯 국내 빅4 손보사들이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에는 자동차보험과 장기보험 손해율 하락이 주효했다.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79.2%에서 78.9%로 0.3%p, DB손보는 77.9%에서 77.8%로 0.1%p, 현대해상은 79.5%에서 78.8%로 0.7%p, KB손보는 78.8%에서 78.2%로 0.6%p 개선됐다. 

장기보험 위험손해율 역시 모두 개선됐다. 삼성화재가 88%에서 86%로 2%p, DB손보는 84.1%에서 81.5%로 2.6%p, 현대해상은 86.1%에서 85.1%로 1%p 낮아졌다.

하지만 실적 전망은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손보사들은 최근 여권과 금융당국의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에 지난 4월에 이어 추가적으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 6일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에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자동차보험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될 만큼 민생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며 "자동차보험료가 민생에 부담되지 않도록 자동차보험에 대한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고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손보업계는 다음날인 7일 최근 경제난에 따른 고통 분담을 위해 자동차보험료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인하 폭과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하 폭은 지난 4월과 비슷한 1% 초반대가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고,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중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시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손보업계에서는 사업운영비를 고려할 때 통상 자동차보험의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손해율을 80%선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0% 미만에 머물르고 있는만큼 자동차보험료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지만 자동차보험은 지난 10년간 2017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매년 적자를 기록해 현재 누적적자만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미 지난 4~5월 삼성화재 등 국내 주요 손보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차량 운행량 감소와 사고 감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개선된 효과를 반영해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1.2∼1.4% 한차례 인하한 바 있다. 자동차보험료 조정은 2020년 1월 3%대 인상 이후 2년 만이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보험은 교통량 증가, 하반기 계절적 요인 및 자동차보험료 원가 상승 등으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감안해 고통 분담 차원에서 협회와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제한적인 자동차보험 요율 인하 폭과 제도개선에 따른 도덕적해이 성격의 보험금 청구 축소, 높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면 향후 추가적인 요율 인하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장기적으로 마진 축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