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美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증권가 "당분간 주식시장 하락 지속"
[이슈+] 美연준 4연속 '자이언트 스텝'...증권가 "당분간 주식시장 하락 지속"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11.0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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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 ㅣ 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 중단은 시기상조"라고 발언하면서 국내 증시가 더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연준은 2일(현지시간)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00%~3.25%에서 3.75~4.00%로 0.75%p 인상했다. 지난 6월 이후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3년여 만에 1.00%p까지 벌어졌다.

연준의 이번 자이언트 스텝은 이미 시장이 예상한 수준에 부합했다. 성명서에서는 향후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예고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통화 완화 정책으로 선회될 가능성을 차단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9월 FOMC 이후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를 고려할 때 최종 금리 수준은 지난번 예상한 것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금리 인상 중단에 대해 생각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매우 시기상조다. 우리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내년 기준금리가 9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나타낸 도표)에서 제시된 4.6%를 넘어 5%에 육박할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종 금리 상향조정 가능성은 더 오랜 기간 금리 인상 사이클을 이어가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천천히 하되 더 오래 금리 인상을 이어간다면 금융시장은 긴축과 경기악화라는 이중고에 오랜기간 시달릴 것"이라며, ""이제는 최종 금리가 얼마나 될지,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부담스러웠다"고 평가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성명문 발표 직후에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문구가 매우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2·10년 금리가 각각 8bp, 5.2bp 하락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중 대부분의 시간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피봇(PIVOT)이 아님을 설명하는데 할애했고 결과적으로 장단기 금리 모두 반등해 각각 전일대비 7.5bp, 7bp 상승마감했다"고 말했다.

■ 증권가 "주식시장 하락...당분간 이어질 것"

KB국민은행 딜링룸 ㅣ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딜링룸 ㅣ KB국민은행

증권가는 국내 주식시장의 하락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흐름과 주식시장 하락 추세는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긴축과 경기 악화 중 하나라도 방향성이 바뀌어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전략적으로는 주식비중 축소와 현금비중 확대를 유지한다. 포트폴리오 투자관점에서는 배당주(통신, 손보 등), 방어주(통신, 음식료 등)의 비중을 늘리는 게 좋을 것"이라면서, "이번 FOMC 이후 투자심리 변화, 가격변수의 등락 과정에서 반등이 전개되더라도 전략적 스탠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은 가능하나 긴축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부담을 씻어내지 못했다"며, "주식시장의 반등 탄력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나 금리인상이 정점으로 다가가고 있는 만큼 주가 하단이 크게 하향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레고 랜드에 이은 보험사 신종증권 사건 등이 전반적 자금시장 부담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시적인 정책 대응으로 불안심리를 통제하고 있으나 대외금리차만 고려한 공격적 금리인상은 금융시장 시스템 리스크를 야기할 위험이 크다"면서, "11월 금통위까지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 등을 점검하면서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나 금융불안도 중요한 변수"라고 언급했다.

미국 연준의 통화긴축 선호 발언은 국내 채권시장에도 악재라는 분석이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매파적으로 발언함에 따라 단기적으로 약세 압력이 우위가 될 수 밖에 없다"며, "오는 24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높아진 미국 기준금리를 따라잡기 위해 0.5%p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고 진단했다. 채권시장에서 약세란 채권 가격 하락, 즉 금리 상승을 의미한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내년 초 5%대까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한국은행도 내년 상반기 3.50~3.75%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연말을 지나면서 선진국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10월 국내 수출도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펀더멘털 우려와 더불어 연말로 갈수록 신용시장 리스크도 높아지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여전히 금통위 긴축 속도에 신중함에 요구되는 국면"이라며,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통위가 인플레와 한-미 금리 역전 폭에만 집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11월 금통위에서 0.25%p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윤여삼 연구원은 "10월에 이어 11월에도 호주 같은 경우 베이비스텝을 단행한 이유는 부동산 냉각을 중심으로 한 은행권의 위험 같은 변수가 컸다. 우리는 미국도 중요하지만 내생변수로 금리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11월 빅스텝 연속단행’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파월 의장도 인정했지만 ‘제약적 영역에는 속도보다는 정도와 지속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내년 1분기까지 3.75% 가능성은 열어두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