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사 당할 것 같다" 4시간 전부터 11건 신고에도 뒷짐진 경찰
"압사 당할 것 같다" 4시간 전부터 11건 신고에도 뒷짐진 경찰
  • 이은지 기자
  • 승인 2022.11.0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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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이태원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긴박함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이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약 4건에 대해서만 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12신고를 처리하는 현장 대응은 미흡했다”고 사과했지만 안이한 판단이 끔찍한 인명 피해를 낳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일 경찰청이 공개한 ‘이태원 사고 이전 112 신고 내역’ 자료에 따르면, 첫 신고는 지난달 29일 오후 6시 34분에 이뤄졌다. 신고자는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 데 너무 불안하다. 사람이 내려 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겨우 빠져 나왔는데 인파가 너무 많으니 통제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이 “통행이 잘 안돼서 밀려서 넘어지고 그러면 큰 사고가 날 것 같다는 거죠”라고 되묻자 신고자는 “네 지금 너무 소름끼쳐요”라며 “아무도 통제를 안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경찰은 중앙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전화를 두고 “일반적인 불편 신고 정도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고는 오후 8시9분, 8시33분, 8시53분, 9시, 9시2분, 9시7분, 9시10분, 9시51분, 10시 그리고 사고 직전인 10시11분까지 사고 지점 부근에서 잇따라 들어왔다. 그러나 전체 11건 중 경찰이 현장에 출동한 것은 불과 4건에 불과했다. 현장에 나간 경찰은 일대 시민들을 일부 통제한 뒤 종결 조치하고 복귀했다. 경찰은 11건 가운데 ‘현장 조치’를 했다고 기록을 남긴 것이 4건, ‘전화 상담 종결’이 6건, 나머지 1건은 명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민안전에 무한책임을 통감하며 특별기구를 설치해 진상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을 열고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현장의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사고 발생 이전부터 많은 군중이 몰려 위험성을 알리는 급박한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고 부실 대응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비즈트리뷴=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