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시대 개막] 이재용의 무거운 어깨, 마주하는 과제는
[이재용시대 개막] 이재용의 무거운 어깨, 마주하는 과제는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2.10.2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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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임식' 없는 조용한 승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ㅣ그림=비즈트리뷴 김진호 화백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 ㅣ그림=비즈트리뷴 김진호 화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지 31년 만이며,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 만이다. 앞서 25일 고 이건희 회장 추모식에서는 삼성그룹의 사장단이 집결하며 이 부회장의 승진 임박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고 그 배경을 밝혔다. 

취임 소식은 별도의 행사 없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전해졌다. 이 회장은 취임 당일에도 계열사 부당 합병·회계부정 의혹 재판 중이었다. 이 회장 재판 휴정 시간에 취임 소감을 밝히며,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며,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2주기 추모식 당일 사장단 60명과 오찬 자리에서 "선대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라며,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고 말하기도 했다. 

■ '미등기 회장'에 대한 비판적 시선...사법 리스크도 통과해야 할 관문

일각에선 이 회장이 사내이사에 복귀하지 않고 회장에 취임한 것이 '책임 경영' 취지와 배치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26일 '국정농단'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사내이사에서 퇴임한 바 있다. 

이후 이 회장은 사내이사에 복귀하지 않은 채 총수로서 경영에 깊이 관여해 왔다. 이 회장이 법적 책임이 없는 미등기 임원으로서 그룹을 이끌어가는 것에 대해 '책임 없이 권한만 행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중첩된 사법 리스크도 통과해야 할 관문이다. 이 회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과 관련해 지난 2020년부터 재판을 이어오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조작에 관여했다는 혐의(외부감사법 위반)의 재판도 진행 중이다. 삼성그룹의 급식계열사인 삼성웰스토리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도 또 다른 사법 리스크다. 

■ '뉴삼성' 재편 구조에 쏠린 관심 

미등기 임원으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이 회장에게 '컨트롤타워' 복원은 중요한 문제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는 1959년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을 시작으로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의 이름으로 총수의 경영권을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기존의 미래전략실은 2017년 2월 이 회장이 '국정농단' 사태에 연관되면서 해체됐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사업지원, 삼성생명이 이끄는 금융경쟁력제고, 삼성물산이 지휘하는 설계조달시공 등 3개의 태스크포스(TF)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 안팎에서는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성장 분야에서 초격차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현재 각 사업부문 최고경영자의 책임경영 체제로 운영하고 있더라도 핵심적인 M&A 추진이나 범계열사적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그룹 총괄 컨트롤타워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취임 후 일정이 본격화되며 그룹 차원의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재건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삼성전자, 3분기 부진했으나 앞날은 밝다

이 회장이 취임한 날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한파'로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0조 8천 52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 가량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장기적 시야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성장 IT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뉴삼성'의 경영철학을 제시하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앞으로 삼성은 반도체에서 초격차 지위를 공고히 하는 한편, 바이오와 신성장 IT부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핵심 성장 분야에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바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를 핵심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미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진 이재용 회장의 행보에 응원과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비즈트리뷴=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