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시대 개막] '뉴삼성' 속도낸다...키워드는 기술과 인재
[이재용시대 개막] '뉴삼성' 속도낸다...키워드는 기술과 인재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2.10.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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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회장에 취임했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 31년,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지 10년만이다. 이른바 이재용의 ‘뉴 삼성’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이사회는 “악화되고 있는 글로벌 대외 여건 속에서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했다”며 이재용 회장 승진 의결 이유를 전했다. 

실제로 이 신임 회장 취임이 의결된 이날 올 3분기 확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메모리 이익이 줄어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3조2500억원 감소한 10조8500억 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률도 14.1%로 전 분기 대비 4.1%p 감소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기 불황 등 대내외적 경영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삼성의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구심점으로서 이 회장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이사회에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동안 재계에서도 이 회장 승진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1968년생(만 54세)으로, 이 회장보다 나이가 어린 정의선(52)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44) LG 회장도 회장직을 수행한 지 오래다.

이 회장은 4년 전인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며, 사실상 회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실제론 8년 전인 지난 2014년 고(故) 이건희 회장이 입원하면서 실질적 삼성 총수 역할을 맡았다. 

이날 재계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이 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세계적 인플레이션이라는 대내외적 경영 상황 악화 속에서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삼성 수장의 위기 돌파를 위한 필수 요소”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세계적 경제 불황, 환경 문제 등 글로벌 위기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만큼 회장직에 오른 이재용 회장이 보여줄 행보에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에 앞서 그는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행사에서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인재'와 '기술'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강조했다. 이 키워드야말로 창업 이래 삼성이 가장 중시한 가치이면서 동시에 이재용 회장이 이끌어갈 '뉴삼성'의 키워드가 되어줄 것으로 보인다. 

■기술성장으로 '미래 초격차' 기업 노린다

삼성은 지난 5월 반도체, 바이오, 차세대 통신, 신성장 IT R&D 등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이 '원래 잘하던 것'을 넘어 다른 분야에까지 발을 넓히겠다는 이 회장의 기술에 대한 욕심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의 반도체 기술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나 이 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반도체 초격차' 달성을 벼르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1인자를 넘어 인텔, TSMC 등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포진되어 있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분야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반도체 비전이 달성되면 삼성은 반도체 3대 분야를 주도하는 '미래 초격차' 기업으로 성큼 나아가게 된다. 

또 이 회장은 5G 이동통신 시대를 넘어 6G 시대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삼성리서치 산하에 차세대 통신연구센터를 설립해 6G 선행기술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 2020년 7월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한 것이 그 예시다.

바이오 분야는 삼성의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분야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선 이후 삼성은 바이오 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최우선적으로 밝히곤 했다.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쓰겠다는 것이 이 회장의 구상이다. 삼성은 이를 위해 바이오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으며,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를 통해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세상을 바꿀 '인재'들의 기업...조직문화, 인사제도 개편한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고 인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삼성은 '인재 경영'에 앞장서기 위해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공채를 도입하고 학력, 성별, 나이 등을 제외한 '열린 채용'을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다.

멕시코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 회장 또한 이러한 '인재 경영' 철학을 계승해 임직원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는 조직을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조직문화를 혁신해 인재들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직급 통폐합 등을 통한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고, 직급펼 체류 연한 폐지를 통해 조기 승진 기회와 과감한 발탁 승진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임직원 평가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또한, 이 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활동을 재개한 올해 8월 이후로는 임직원과의 소통을 늘리기 위해 여러 간담회를 열어 사업장에서 일하는 현장인력들과 MZ세대, 워킹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작년 미국 출장 중에도 구글,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육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고 이건희 회장의 '여성인력 중시' 철학도 이 회장의 '뉴삼성' 인재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993년 국내 최초로 대졸 여성 신입사원 공채를 신설했다. 이 회장은 2020년 8월 워킹맘 작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은 물론 시대에 뒤떨어진 인식을 바꾸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처럼 사내 조직문화와 인사제도 개편 등을 통해 인재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이 회장의 노력이 '뉴삼성'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은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같이 만들어나가자"고 당부하며 "제가 그 앞에 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비즈트리뷴=하영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