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비상] 레고랜드發 위기..."부동산PF 악몽의 시작점일 수도"
[자금경색 비상] 레고랜드發 위기..."부동산PF 악몽의 시작점일 수도"
  • 정유현 기자
  • 승인 2022.10.2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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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과 경기 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가 겹치며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됐다. PF는 금융기관이 특정 사업의 미래 현금 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금융기법이다. 

트리거가 된 것은 레고랜드 사태다. 레고랜드 조성 과정에서 강원도는 지급 보증을 서고 개발 시행사를 통해 2,050억 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한 바 있다. 그러나 김진태 강원지사가 취임한 후 강원도는 법원에 개발 시행사의 회생 신청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개발 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자산 매각을 통해 대출금을 갚겠다는 것이다. 도가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며, 2,050억 규모의 ABCP는 최종 부도처리됐다. 

2008년 금융위기가 다시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대개 부동산 경기 악화-미분양 증가-시행사현금흐름 악화-PF부실로 이어지는 그림이었다면, 지금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PF 지급보증 사태라는 점에서 시작점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미분양에 따른 대금 지급 불능 사태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사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금경색의 문제는 단기자금시장에 집중됐다. 박 연구원은 "ABCP는 단기 리파이낸싱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차환발행을 통해 지속된다"며, "신용공여에 참여한 금융사나 시공사는 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입확약이나 자금보충약정을 통해 해당 ABCP를 일단 상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원도의 채무 불이행이 촉발한 자금경색 여파로 채권시장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실제로 재건축이 진행 중인 둔촌주공은 전자단기사채 8.250억 원 차환에 실패했다. 박 연구원은 "조합에 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7천억원을 마련해 상환하기로 했다"며, "각각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 원, 대우건설 1,645억 원, 롯데건설 1,645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서는 주요 건설사들의 PF대출 잔액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준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책임준공 확약은 2018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책임준공 방식은 미분양이 증가할수록 시공사의 재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 연구원의 우려대로 부동산 미분양이 증가해 채무 불이행이 늘어나면 건설사 부도는 루머가 아닌 사실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먼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운영해 급한 회사채와 어음을 매입하는 데 1조 6천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만으로 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즈트리뷴=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