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비상]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비상...정부, '50조원+α' 긴급 투입
[자금경색 비상]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비상...정부, '50조원+α' 긴급 투입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10.24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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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레고랜드 코리아
ㅣ레고랜드 코리아

레고랜드의 채무에 대한 빚보증을 약속했던 강원도가 빚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이를 거부하면서 촉발된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되자 경제·금융당국이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국책은행이 매입하는 회사채·기업어음(CP) 규모를 16조원으로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선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이행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23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시장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경제·금융당국이 전날 이 같은 시장안정 방안을 내놓게 된 배경에는 그동안 경색됐던 회사채 시장에 레고랜드발 PF-ABCP 사태가 불을 지르면서 각종 도산설 등 자금 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지방자치단체의 신용보강도 신뢰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시장에 퍼져 투자자들의 공포를 자극했고,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에 줄줄이 실패하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급격히 확산됐다.

정부가 발표한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에는 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 실제적으로 가능한 자금 지원이 모두 담겨있다.

먼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가용재원을 우선 활용해 24일부터 시공사 보증 PF-ABCP 등 회사채·CP 매입을 재개한다. 또 추가 펀드 자금요청(capital call) 작업도 속도를 내 오는 11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집행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 조성도 추진한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 운영하는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한도를 기존 8조원에서 16조원으로 2배로 확대한다. 산은·기은의 매입 프로그램 잔여 매입여력은 5조5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리고 부동산 PF-ABCP 관련 시장 불안 안정을 위해 금융회사가 발행한 CP도 매입대상에 포함한다.

신보의 P-CBO 프로그램은 기존 미매입잔액 6000억원과 별개로 5조원의 신규 여력을 확보하고, 중소·중견기업 회사채를 중심으로 지원하되 시장 상황을 고려해 건설사와 여신전문금융회사 지원도 추진한다.

PF-ABCP 차환 어려움 등으로 일시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한국증권금융이 우선 자체 재원을 활용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실시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추가 지원규모도 최대한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유동성 지원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 대출 등의 적격담보 대상 증권에 국채 이외에도 공공기관채, 은행채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신속히 검토할 방침이다.

부동산 PF 시장 불안에 대해 적극 대응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발표와 같이 지방자치단체 보증 ABCP에 대해서는 모든 지자체가 지급보증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예정임을 다시 확약했다.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차환 지원과 본 PF 자금조달 애로 완화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의 사업자 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완화 등 PF시장 전반에 대한 지원방안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근 불거진 자금경색에 대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과 같은 금융정책당국 뿐만 아니라 행정안정부, 국토교통부와 같은 관계 부처가 모두 합심해 해당 이슈를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는 부분에서 시장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50조원을 상회하는 지원 규모 역시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정도로 반영한 것과 함께 필요 시에 추가 조치도 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사태 해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이번 자금경색의 직접적인 트리거로 작용한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자체의 재확약을 이끌어낸 것은 정당별 분포가 다양한 지방정부들의 의견 조율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대 수준을 상당 정도로 반영한 지원 규모지만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자금경색이 발생한 만큼 정책 당국의 대응 역시 한계나 기조 상으로 상충되는 문제는 향후에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이번 지원책에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등을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다. 이에 대해 이창용 총재는 "SPV나 다른 부분과 관련한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는 빠졌는데, 이번 방안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금통위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PV는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CP 매입기구로 정부가 위험흡수 재원을 지원하고 한은이 유동성을 공급, 산은이 매입기구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