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이어리] 나를 향한 질문
[생각 다이어리] 나를 향한 질문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9.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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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내 삶이 각박하고 지루해진 이유가 노트북을 사용하면서 더 심해지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노트북을 끼고 살면서부터 더 이상 극장에도 가지 않고 서점에 가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었으며 음악을 듣기 위해 음반을 찾는 수고를 할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나보다 많이 배우고 경험 많고 지혜로운 선배나 어른을 찾기보다 노트북을 펼쳐 스스로 답을 구하는 쪽이 창피하지도 않고 훨씬 마음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다 보니 질문을 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질문’을 찾는 법도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좋은 질문은 답변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지금을 만들어 나가는지 다시 행각해 보게 합니다.
좋은 질문은 또 관성처럼 살기 쉬운 매일의 반복에서 내 업(業)이 갖는 의미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도록 합니다.

그렇습니다. 답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입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답을 끌어내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상품을 선택한 고객에 대해 알고 싶다면 무슨 상품을 구매했는가보다 그것을 왜 샀는지 묻는 게 더 중요합니다.
무의식적인 구매와 의사결정의 출발점을 인식하는 순간 만든 이와 사는 이 모두 자신의 행동 속 의미를 각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리고 더 좋은 질문은 그것을 사기 위해 그가 추구한 가치와 그의 삶의 방향이 무엇인가 묻는 것입니다.
스마트팩토리와 인공지능이 전 세계 공급망과 결합하면서 제조 현장에서 사람의 관여가 줄기 시작하고 품질의 차이가 줄어들자 사람들은 이제 다른 것을 원하기 시작합니다.​

제품을 만들기까지 고민한 과정을 따지고 그 숙고의 시간을 차곡차곡 남겨서 전달하는 것이 차별화 방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든 이의 철학까지 묻기 시작합니다. 환경제품, 비건제품 등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입니다. ​

이처럼 풍요로워진 세상은 더욱 근원적인 질문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 일상은 언제나 바쁘고 고단하기 때문에 방향보다 속도를 중시하기 쉽습니다.
관성 속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일을 매일 하기 어렵다면 좀 더 쉽게 자신에게 묻는 질문으로 각성의 시작점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