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국②] 무엇이 영국 경제를 무너뜨렸나
[위기의 영국②] 무엇이 영국 경제를 무너뜨렸나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2.10.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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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rivatebankerinternational
출처: privatebankerinternational

얼마 전 여왕의 별세로 국가적인 슬픔에 빠졌던 영국이 이번에는 경제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영국 파운드는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신임 내각의 재정정책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경제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해와 함께 저무는 영국 경제... 붕괴 촉발한 원인은 무엇?

파운드화는 달러화 대비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해 '파운드 쇼크'를 일으켰고, 영국 국채의 가격은 붕괴되었으며, 연금기금의 파산 위험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한때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기능했던 영국의 경제는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 것일까?

모든 경제 위기가 그렇듯, 단 한 가지 요인으로 사태가 촉발된 것은 아니다. 브렉시트 전후로 영국 내에는 이미 고물가・저성장 리스크가 잠재돼 있었고, 팬데믹의 여파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촉발된 
인플레이션 속에서 미국 연준은 금리인상 기조를 꺾지 않고 있다.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 | 출처: the conversation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 | 출처: the conversation

◼︎ 트러스 총리의 '부자 감세'가 불러온 후폭풍...영국 중앙은행, 긴급조치까지

하지만 여러 요인 중에서도 현 사태에 대한 제1의 책임은 리즈 트러스(Liz Truss) 신임 총리의 재정저책에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크와시 콰틍(Kwasi Kwarteng) 영국 재무부 장관은 향후 5년간 약 450억 파운드(한화 약 73조 2,856억 원) 규모의 대대적인 감세안을 도입했다. 

소위 '미니 예산(mini-budget)'이라고 불리는 이 50년 만의 대규모 감세 정책은 내년부터 영국 내 최상위 소득구간의 세금을 감면해주고, 법인세 인상을 철회하며, 국민보험료를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트러스 내각은 이 '미니 예산'안을 통해 주택 구매자들에게 부과되는 인지세의 기준도 완화했다. 

애초 '미니 예산'의 목표는 높은 세율로 정체되어 있던 성장을 되살려보겠다는 것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상위 1% 부자들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무엇보다, 줄어드는 세수를 메울 수 있는 대안은 함께 제시되지 않았고, 이미 팬데믹 이전부터 건전하지 못했던 영국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재정정책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시장불안이 유발되었다. 결국 이달 11일(현지시간) 영국 중앙은행은 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 조치를 취했다. 

제레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 | 출처: observedbd.com
제레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장관 | 출처: observedbd.com

◼︎ 英 '미니 예산안' 대부분 철회...트러스 총리 사퇴 요구까지 

이달 4일 영국 정부는 해당 '부자 감세안'을 더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크와시 콰틍 재무장관은 임명 38일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의 뒤를 이어 임명된 제레미 헌트(Jeremy Hunt) 재무장관은 17일 트러스 총리가 내놓은 기존 재정정책을 상당 부분 뒤집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제레미 헌트 현 영국 재무장관은 새롭게 내놓은 세금 정책으로 연간 320억 파운드(한화 약 51조 7,462억 원)의 세수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