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영국①] 물가 급등, 파운드 쇼크···영국에 무슨 일이?
[위기의 영국①] 물가 급등, 파운드 쇼크···영국에 무슨 일이?
  • 문상희 기자
  • 승인 2022.10.18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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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 | 출처: express.co.uk
영국 리즈 트러스 총리 | 출처: express.co.uk

얼마 전 여왕의 별세로 국가적인 슬픔에 빠졌던 영국이 이번에는 경제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영국 파운드는 역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폭락했고,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신임 내각의 재정정책을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세계 유수의 은행과 경제전문가들은 지금보다도 더욱 암담한 향후 전망을 내놓고 있다. 

◼︎ 英 트러스 총리 '미니 예산' 후폭풍...파운드 쇼크

엘리자베스 2세 전 영국 여왕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장례식을 끝으로 영면에 들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23일, 신임 총리 리즈 트러스(Liz Truss)와 그 내각은 경제 성장 촉진을 목표로, 450억 파운드(한화 약 73조 2,856억 원) 규모의 감세안을 골자로 하는 새 재정정책 '미니 예산(mini budget)'안을 발표했다. 

미니 예산안은 영국 역사상 50년 만의 대대적인 감세 정책으로, 소득세와 인지세(주택 매입시 내야 하는 세금)를 낮추고 법인세 인상 계획은 철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소득세 기본세율은 내년 4월부터 기존의 20%에서 19%로, 최고세율은 45%에서 40%로 인하된다. 또, 인지세를 내야하는 부동산의 기준가치는 25만 파운드(한화 약 4억원)로, 최초 구매시에는 42만5천 파운드(약 6억6천만 원)로 상향 조정된다. 

출처: CFI
출처: CFI

◼︎ 살인적 물가, 깊어지는 애환···소비자 물가상승률 11%대 전망

금리 인상 기조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트러스 내각이 발표한 '미니 예산'의 후폭풍은 엄청났다. 같은 달 26일, 영국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영국 국채(UK Gilt) 가격은 붕괴되었으며, 연쇄적으로 연금기금의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IMF는 경제 불균형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트러스 내각의 새 재정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영국에서는 치솟는 물가로 서민들의 애환이 깊어지고 있다. 팬데믹 시기 0%에 가까웠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5월 9.1%를 기록한 데에 이어, 이번 달 내에 1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높아지는 유가로 전력 및 난방비가 연간 2,800파운드(한화 약 455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몇 달 사이에는 우체국과 철도 노동사, 법정 변호사 등이 물가상승률을 한참 밑도는 임금인상률로 인해 곳곳에서 파업을 일으키고 있다.

◼︎ 영국 정부, 거센 비판 속 '부자 감세' 철회 결정 

결국 이달 4일 트러스 내각은 '부자 감세안'으로 비판 받았던 미니 예산안을 일부 철회하겠다고 발표했고, 이어서 14일, 크와시 콰틍(Kwasi Kwarteng) 재무장관을 경질했다. 해당 재정정책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불러일으켰음을 인정하며, 비판을 경청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으나, 이미 발생한 파운드 쇼크 추세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영국 경제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비즈트리뷴=문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