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횡령사고에 고개숙인 은행장들..."내부통제 강화" 한 목소리
잇단 횡령사고에 고개숙인 은행장들..."내부통제 강화" 한 목소리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10.1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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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앞줄 왼쪽부터)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ㅣ국회사진기자단
11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앞줄 왼쪽부터)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임동순 NH농협은행 수석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있다.ㅣ국회사진기자단

최근 은행권에서 벌어진 대규모 횡령사고에 국내 5대 은행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윤리 의식 고취 등 조직 문화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은행 최고경영자(CEO)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농협은행의 경우 권준학 행장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날 국감에선 연이은 은행권 횡령 사고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횡령 및 유용·사기·배임·도난 및 피탈 등 금융사고 건수는 총 210건, 사고 금액은 1982억원으로 집계됐다. 

소 의원은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내부통제시스템 현황을 받아 분석해보니 이러한 시스템으론 재발 방지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 행원들의 직업의식, 조직문화의 문제가 큰 것 같다"며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답했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은 "서민들은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쥐꼬리만 한 이자받으려고 예·적금을 들고 있다"며 "그런데 사상 최대 예대마진을 올리는 은행들은 성과급 잔치도 부족해 횡령사고까지 벌이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횡령사고에 대해선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국민들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고를 예방할 조직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개선보다도 조직의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윤리의식, 고발의식을 강조해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행장은 700억원대 대규모 횡령사고와 관련해 "횡령 사건은 백번을 사과 드려도 부족함이 없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했지만,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내부통제의 경우 구성원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이러한 의식 개선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직원의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고 내부통제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유효하게 발동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점포 간 상호 점검, 지역본부 불시 점검을 하고 있다"며 "횡령사고에 대해선 징계위에서 기본적으로 면직처리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앞으로도 일벌백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리스크 있는 중요 직무는 순환근무를 적용하거나, 불시에 명령휴가를 실시하게 하는 등 내부통제는 여러 방법이 필요하다"며 "CEO로서 관심을 두고 내부통제 체계가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사고가 자주 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해선 상시 감시 시스템이 구축돼있다"며 "다만 시스템이 좋다고 해도 고의로 일탈하면 막을 수 없는 만큼, 내부통제 교육, 정신 교육에 중점을 둬서 각종 금융사고를 근절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동순 농협은행 수석부행장은 "횡령사고로 국민들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며 "농협은행은 내부통제 강화하기 위해서 현장점검 규모를 두 배 늘렸고, 32개 항목의 데이터 통해서 지점 위험도 평가해 등급별로 감독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 횡령사고에는 금감원의 책임도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내용이 지점 단위 뿐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통제 전담 인력, 비용을 금융사들이 자의적으로 분류했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기준과 수치에 많이 못 미친다"면서 "단기적으로 내부통제 비용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잡고, 실제 금융사들이 어떻게 분류했는지 점검한 뒤 실제로 내부 문제를 잡기 위해 얼마의 비용을 쓰는지 선진국 기준에 비춰 파악하는 걸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CEO들이 단기 경영성과에 집중해 내부통제를 비용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내부통제 마련뿐 아니라 관리와 준수도 의무도 둬야 한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현재 은행권과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명령휴가제 대상 확대, 직무 분리 의무화, 내부고발제도 활성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