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공정을 완성하는 것
[생각다이어리] 공정을 완성하는 것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8.11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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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우영우가 강자예요. 모르겠어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가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아버지 빽으로 대형 로펌에 입사했다고 의심하며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동료 변호사의 불만입니다. ​

달리 보면 치열한 경쟁과 이른바 ‘뒷배’ 하나 없다는 절박함이 그를 인정머리 없는 악역으로 내몰았을 것이라고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또 그의 모습에서 요즘 청년 남성의 분노와 억울함, 그리고 공정에 대한 갈망도 엿보입니다. ​

그의 다음 대사는 이렇습니다. “이 게임은 공정하지 않아.
우영우는 우리를 매번 이기는데 우리는 우영우를 공격하면 안 돼. 왜? 자폐인이니까.
우영우가 약자라는 거? 그거 다 착각이에요.” 그에게 우영우는 약자도 아니고 소수자도 아닙니다.
그냥 동료도 아닌 경쟁자일 뿐입니다. 더 힘센 능력자이면서 부당한 특권을 등에 업고 있는 비열한 경쟁자입니다. ​

결국 공정의 문제입니다.
공정은 지금 한국사회에서 핫하면서도 힘이 센 단어 중 하나입니다.
공정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몇 번의 정권이 교체됐고 선거 때마다 공정이라는 아젠다는 승리의 필수 전략이었습니다.
공정은 한국사회의 온갖 문제를 재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신통한 기준이자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될 보루가 됐습니다.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입니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다는 산술적 평등을 뜻하는 공평에다 올바름이라는 윤리적 판단이 더해져야 공정이 완성됩니다.
이 두 가지 기준을 가진 공정은 곧잘 무적의 논리가 됩니다.
‘불공정’을 외치는 이들은 상대가 ‘평등의 엄격함’을 어긋났다고 비난하는 한편 ‘부도덕하다’고 질타합니다. ​

공정은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쌓아 올린 공동체적 가치의 중추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리하고 어떤 때는 본능과 부딪히더라도 공정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개인의 유불리를 뛰어넘는 공정의 가치가 우리 모두를 지킬 수 있고 또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

공정은 또 강력한 심리적 욕구이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사로잡히면 사회적으로는 집단폭력이나 잔인한 처벌을, 개인적으로는 고립과 증오심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공정의 부정적인 결과를 방지하는 게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은 상대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상대를 이해하는 여지가 됩니다.
공정과 공감이 균형을 이룰 때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됩니다.
공정의 외침만큼 공감의 목소리도 커져야 진정한 ‘공정사회’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