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지하철 단상 -2
[생각다이어리] 지하철 단상 -2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7.2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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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서울시
출처=서울시

가능하면 혼잡한 시간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이용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김포에 사는데 약속 장소는 대부분 서울이고 자동차로는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을 때는 시간 예측이 가능한 지하철이 답입니다.

출근길 혼잡을 예상하긴 했지만 현실 상황은 생각보다 치열했습니다.
사람들 틈에 끼어 몸을 움직일 수가 없고 마스크 쓴 얼굴들이 너무 가까이 있어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적당한 역에 내려서 택시나 버스 같은 대체 운송수단도 떠올려보지만 이 역시 시간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저 머릿속으로 지하철 객차를 벗어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묵묵히 견디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움직일 여유가 별로 없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지휘에 맞춰 자기가 맡은 파트의 음을 내는 연주자들처럼 조화로운 모습으로.
역에 열차가 멈출 때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오는데 백팩을 맨 청년은 가방을 앞으로 돌려 메고 가로로 서 있던 사람이 어깨를 움직여 모로 섭니다.
자리에 앉은 사람은 두 다리를 오무렸다 벌렸다 하면서 앞에 선 사람의 발이 편하게 자리잡도록 돕습니다.

의도적으로 하는 행동이 아니라 오래된 습관처럼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으로 무작정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몸을 움직여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공간을 확보해 주려고 애를 썼습니다.

갑자기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오늘의 치열함을 견디고 내일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게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조용한 배려와 위로였습니다. 

​대부분 학생과 직장인들로 보이는 이들은 서로의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하는 듯 보였습니다.
어제 아침에 쓴 무례하면서 배려심 없고 교양 없는 꼰대들과 비슷한 세대에 속한 나는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오늘 본 젊은이들의 치열하지만 건강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