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환율 1,300원 시대의 투자
[경제시론] 환율 1,300원 시대의 투자
  • 김수연 연구원
  • 승인 2022.07.1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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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이면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한국은행과 Fed의 기준금리는 모두 1.75%로 동일한데, 이번주 한국은행이 금리를 50bp 인상하고 27일 Fed는 75bp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연말이 되면 기준금리 역전폭은 더 벌어져 있을 것이다. 

1999년, 2005년, 2018년에도 기준금리가 역전된 적이 있고 보통 2년가량 지속됐다. 금리가 역전될 때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환율 상승과 외국인투자자들의 이탈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도달했고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시장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거 금리가 역전됐을 때 외국 자본의 이탈이 있었는지 살펴보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감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의 대외투자가 빠르게 증가했는데,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은 것이 경기모멘텀 차이로 이어지며 해외투자를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동안에는 국제투자에서 해외 직접투자 자산이 26%, 주식은 39%, 채권은 33% 늘었다.

이번 사이클에서도 해외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최선의 헷지라고 생각한다. 환율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원화가 단기간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과거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 도달한 시기가 세 번 있는데, 1997년 IMF 외환위기, 2001년 IT버블 붕괴, 2008년 금융위기 등이다.

1997년과 2008년의 위기 때는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으로 가는데 각각 4거래일, 5거래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IT버블 붕괴는 경제 위기가 아니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에서 1,300원까지 3.5개월이 걸렸는데, 평균 환율이 1년 이상 1,300원 수준을 유지했다. 지금도 침체 우려는 있으나 경제 위기라고 볼 수는 없고 환율이 1,200원에서 1,300원에 도달하는 데도 6개월 가까이 소요됐다. 지금의 환율 상승은 경제 위기 때보다 IT버블 붕괴 이후와 비슷해서 환율이 빠르게 내려오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의 대외투자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한국은 순국제투자가 플러스지만 기업들의 해외투자가 잡히는 직접투자의 기여도가 높고 포트폴리오투자는 아직 마이너스다. 그러나 최근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자산이 외국인의 국내투자와 격차를 좁히고 있는데, 곧 역전될 수 있을 것 같다. 해외주식투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2017년으로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과의 금리가 역전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은 1993년 2월 이후부터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인하 사이클이었던 1991년부터 1993년에는 미국보다 금리가 높았는데, 이후 미국이 인상 사이클로 들어갈 때 일본은 따라 올리지 못하면서 역전 상태가 지속됐다. 

저금리에 들어선 일본은 1990년대부터 대외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2000년대 들어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래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투자 모두 순자산이 플러스다. 해외주식투자도 활발해서 GDP 대비 일본의 해외주식 자산 비율은 2000년 5.3%에서 2010년 11.8%로 늘었고 지금은 41.5%에 달한다. 한국은 아직 31.9% 수준이다.

지난 6월 발표된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는 작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원화 약세의 이유로 글로벌 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식자금 유출을 들었고, 국민연금의 해외투자를 함께 언급했다. 국민연금의 해외총자산은 2021년에 기존 2,700억달러에서 3,300억달러로 600억달러 늘었다. 연기금과 환율의 방향성, 일본의 사례 등을 생각할 때 지금 환율 1,300원과 해외투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