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인플레이션 걱정과 경기침체 사이
[경제시론] 인플레이션 걱정과 경기침체 사이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07.06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기말을 지나면서 몇가지 변화의 조짐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유가를 제외한 대다수 원자재 가격들이 강한 조정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정점 형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 같은 상황의 전개를 성장세 둔화로 연결시키면서 그간 급등세를 보였던 시장금리가 크게 되돌림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원인을 살펴보면 그 같은 해석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금번 인플레이션은 수요증대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급차질에 의해 촉발된 성격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물류상의 어려움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 발생으로 인위적인 공급통제 및 수급차질로 빚어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수요둔화(가능성)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꺾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해석이다.

이제 연준은 더 빨리 금리를 올려 인플레이션을 잡던지, 아니면 경기둔화 초래에 대한 비난을 두려워하며 금리를 천천히 올려서 인플레이션을 장기화하던지 간에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물가안정과 연착륙을 동시에 취하기는 힘들다.

한편, 금번 공급차질 문제가 악화되고 있는 주요 배경은 지정학적 분쟁을 이유로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분쟁 당사자들의 태도에 달려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발 인플레는 중동산유국(공급자)들의 석유금수조치로 인해 촉발되었다. 그런 반면 금번 오일(&가스)쇼크는 수요자 측면의 행동이 촉발시킨 성격이 더욱 크다. 즉, 침략자로 규정된 러시아를 징벌하기 위한 성격의 Buyer’s Strike이라는 것이다. 서방진영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춘다고 하면서 결과적으로 오히려 에너지가격을 올려놓는 결과를 낳고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주 미국 정부의 한 책임있는 당국자는 “세계 모든 운전자들이 기간을 따지지 말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할증금으로 높은 휘발유 값을 낼 마음의 준비를 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그간 미국이 주장해온 논리에 따르면 이 같은 유류위문금은 결국 러시아가 받아가게 되는 구조이다.

이 같은 국면에서 어려움은 특히 이머징 국가들에게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이머징 국가들은 외채부담이 크거나 혹은 자원수입의존도가 높은지에 따라 어느 쪽으로 줄을 서야할지 선택을 강요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즉, 신용불량자가 될 것인지 아니면 배를 곯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경기둔화요인 때문에 인플레이션 및 금리가 하락하는 것은 이머징 국가들에게 그다지 좋은 여건이라고 볼 수 없다. 한국의 무역수지는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주식회사가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개별기업들의 어려움은 가중되어 나타나게 될 것이다.

물론 에너지, 곡물가격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면 무역수지는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사태가 그리 빨리 수습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때가 아니다.

[하나증권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