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8기 민선 지방자치 개막 
[시론] 8기 민선 지방자치 개막 
  • 혜성의 파편
  • 승인 2022.07.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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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적 인프라 확대가 능사인 시대는 지났다”
  인구와 세수의 감소를 고려하는 정책 혜안 필요할 때

 
7월 1일을 기해 제 8기 민선 지방정부가 돛을 올렸다.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232개 기초지방자치단체를 앞으로 4년 간 이끌 수장이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에서 선출되면서 지방자치의 권력 지형(地形)도 새로이 짜였다. 특히 광역지자체장의 경우 4년 전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17 명 중 이번에 다시 뽑힌 이는 단 두 명(이철우 경북지사, 김영록 전남지사)에 그쳤다. 어떤 사유든 4년 만에 15개 광역지자체의 리더가 교체된 것이다. 

행정구역만 놓고 보자면 17개 광역지자체가 모여 대한민국이라는 모자이크를 구성한다. 다리와 도로를 놓고 시가지를 새로 정비하는 일의 대부분은 이들 광역ㆍ기초지자체의 몫이다. 지방선거에서 현직의 프리미엄을 가진 후보들은 저마다 공약 이행 실적을 홍보 전단의 맨 앞에 내세우곤 했다. 공약 이행율이 마치 능력과 성실성의 척도가 되는 듯했다. 이런 연유로 8기 민선 지방정부도 지자체 인프라를 확장하는 데 열을 올릴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마주하게 될 현실을 짚어봤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인구 감소 시대에 접어들었다. 경기, 충남, 세종, 제주를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인구가 모두 줄어든다는 통계도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중소 도시들은 고령화와 함께 지방의 소멸을 걱정하는 처지로 내몰린 지 오래다. 

그럼에도 한국의 지자체는 여전히 ‘경로의존성’의 영향권 안에 머문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실정이다. 경로의존성이란 한번 일정한 경로에 의존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알더라도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습성을 말한다. 한국의 지자체 내부의 경로의존성을 진지하게 의심해보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양적 인프라 확대가 지자체의 지속가능성에 어디까지 기여할지 진단해보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기존의 지역개발론에 대한 안티테제여도 무방하다.

산업혁명 이후 최근까지도 대부분의 도시는 확장을 추구했다. 도심은 물론 시 외곽을 개발하고 도로, 철도, 교량 등 생활 관련 설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고령화 및 인구 감소 시대를 맞아 세계 주요 국가와 지자체는 수축사회에 대비한 미래를 고민한다. 인구가 줄면 세수도 함께 감소한다. 인구 감소시대엔 과거처럼 시가지가 교외로 확대되면 될수록 늘어나는 행정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파손된 도로와 교량을 수리하거나 쓰레기를 수거하거나 노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이는 예산은 점차 오그라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의 주변부는 갈수록 방치되고 슬럼화하기 십상이다. 
 
도시 전반을 관리하는 역량이 위축되는 만큼 도시는 더 압축적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대표적인 예의 하나가 일명 ‘콤팩트 시티’ 개념이다. 시가지를 고밀도로 개발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도시 개발론이다. 예컨대 교외 개발을 억제하고 지자체가 도심에 사람과 시설, 자본의 기능을 집약하는 방식이다. 그래야 행정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고 도시에 필요한 기능을 제때 공급할 수 있다. 일본의 언론인인 후지요시 마사하루는 저서 <이토록 멋진 마을>에서 콤팩트 도시로 가는 일본 지자체의 사례를 여러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그가 본 일본의 지자체는 도심 집중을 통해 주요 인프라 간 이동시간을 최소화함으로써 구성원들이 보다 효율적이고 편한 삶을 누리도록 행정을 설계하고 있다. 나아가 일정한 인구를 도심에 끌어들이고 집중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도심의 지가(地價)를 유지하는 데 행정력을 쏟아 붓고 있다. 그래야 미래의 시민들 즉 후손들이 짊어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후지요시 마사하루는 “고령화로 인구 구성이 바뀌면서 과거의 ‘살기 편함’이 역작용을 일으켰다”면서 “과거의 번영을 되돌리려 발버둥치는 게 아니라 달라진 환경에 맞춰 스스로를 재조직하는 것 이것이 자기개혁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은 인구와 산업 구조에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보여주기식 행정에 아까운 돈과 노력, 시간을 투여하기에는 각 지자체들이 처한 여건이 너무 절박하다. 8기 민선 지자체들이 인구 감소, 고령화에 최적화될 공동체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개발계획도 그에 걸맞게 바뀌어야할 것이다. 당장 지방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의 적절성을 냉철하게 검토해서 취사선택하는 지혜와 용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