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러시아, 서방 제재로 104년 만에 외화표시 국채 디폴트...시장 여파는?
[이슈+] 러시아, 서방 제재로 104년 만에 외화표시 국채 디폴트...시장 여파는?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6.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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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ㅣ로이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ㅣ로이터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104년 만에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게 됐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의 외화 표시 국채 이자 지급 통로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1918년 이후 처음 러시아의 외화표시 국채에 대한 디폴트가 선언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이날까지 투자자들에게 외화 표시 국채 이자 약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해야 했다. 원래 지급기한은 지난달 27일까지었으나 이날 채무불이행까지 30일간 유예기간이 적용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국제예탁결제회사인 유로클리어에 이자 대금을 달러와 유로화로 보낸 만큼 상환 의무를 완료했다는 입장이지만 대러 금융 제재로 대로 제재 떄문에 개별 투자자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앞서 미국은 자국민에 대해 러시아 재무부, 중앙은행, 국부펀드와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투자자가 러시아로부터 지난달 25일까지는 국채 원리금, 주식 배당금은 받을 수 있게 했지만 이후 유예기간을 늘리지 않았다.

이로써 러시아는 지난 1998년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 선언 이후 첫 디폴트를 맞았다. 다만 1998년 디폴트는 외화 표시 국채가 아닌 루블화 표시 국채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한 러시아의 디폴트 선언은 104년 만이다. 1918년 사회주의 혁명 시기 혁명 주도 세력 볼셰비키는 차르(황제) 체제의 부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가 정치·경제·금융 측면에서 서방으로부터 배제되는 신호로 평가했다.

또 블룸버그는 이미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러시아 은행들이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에서 퇴출당한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디폴트는 이미 제재로 인해 러시아 경제에 충격이 온 상황인 만큼 상징적 측면이 강하며 러시아가 인플레이션 등 자국 경제 문제를 대처하는 데는 큰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식 디폴트 선언은 주요 신용평가사가 하지만, 서방 제재로 이들 신용평가사는 러시아에서 철수한 상태다. 다만 채권 증서에 따르면 미수 채권 보유자의 25%가 동의하면 디폴트가 발생한다.

■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

달러화와 루블화ㅣ뉴스1
달러화와 루블화ㅣ뉴스1

러시아가 104년 만에 외화 표시 국태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디폴트 사태를 맞게 됐음에도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이미 예견됐던 상황이고, 러시아가 이미 스위프트에서 제외돼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27일 아시아증시는 일제히 급등하고 있고, 미국 지수선물도 일제히 상승하고 있으며, 환율시장에도 큰 문제가 없다.

앞서 러시아가 1998년 루블화 표시 채권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 지급 유예)을 선언했을 당시 미국의 금융 및 은행 시스템 전반이 흔들렸었다.

당시 러시아 루블화 채권을 기반으로 한 차익 거래로 큰 수익을 거둔 미국의 대형 헤지펀드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가 무너졌고, 이에 미 정부는 금융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했다.

LCTM은 당시 러시아와 미국의 채권 스프레드(금리차)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해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빚을 내 러시아 국채를 대거 매수하는 한편 자국 국채를 공매도했다. 그러다 1998년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 LCTM이 보유한 러시아 채권이 휴지조각이 됐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당시 LTCM 파산으로 다우지수가 전고점 대비 24% 폭락하는 등 미국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치자 미 금융 당국이 개입해 구제금융을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당시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신흥시장 채권 투자 펀드 중 러시아 채권 비중이 큰 펀드는 디폴트로 심각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현재 러시아가 신흥시장 채권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이번 디폴트가 상징적인 의미만 있을뿐 실질적 의미는 크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러시아 내부에 충격도 크지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이미 스위프트에서 퇴출당해 대다수 국가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디폴트 이전과 이후가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이다.

러시아의 주 수입원인 원유 수출도 대러 제재로 막혔지만 서방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중국과 인도가 이를 소화해 주고 있어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현재 러시아는 국제 시세보다 약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중국과 인도에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 이 덕에 러시아는 지난달 원유 수출로 200억달러(약 25조6600억원)를 벌어들여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루블화가 7년래 최고를 기록하는 등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서방은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아 되려 큰 고통을 겪고 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