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화물연대 파업철회...산업현장 숨통트여
[이슈+] 화물연대 파업철회...산업현장 숨통트여
  • 하영건 기자
  • 승인 2022.06.1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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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다. 정부와 화물연대가 14일 열린 5차 교섭에서 극적인 합의에 성공했기때문이다. 화물연대가 총 파업에 나선 지 8일 만이다. 이에따라 꽉 막히던 산업현장에도 숨통이 트이고 있다. 물류 대란으로 몸살을 앓은 산업 현장은 빠르게 정상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안전운임 논의...극적 타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화물연대)는 이날 오후 8시부터 10시40분쯤까지 2시간40분가량 이어진 국토교통부(국토부)와의 5차 교섭에서 안전운임제 지속적 추진 및 안전운임 적용 품목 확대 논의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늦게라도 정부가 안전운임을 폐지하지 않고 지속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에 환영한다"며 "현장 복귀 이후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한 일체의 불이익이 없어야 함을 요구했고 국토부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도 교섭 합의 후 입장문을 통해 "현재 운영 중인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연장 등을 지속 추진하고 안전운임제의 품목확대 등과 관련해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 상승에 따른 화물차주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유가보조금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화물차주의 합리적인 운송수입 보장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산업현장 속속 정상화 

그동안 마비 상태였던 산업 현장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에앞서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자 철강산업단지 기업들의 출하량은 급속히 줄었고, 전국 곳곳 항만 운영이나 물류·배송에 차질을 빚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15일부터 조합원들은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가 국회에서 폐지되고 전차종·전품목으로 확대될 때까지 계속 노력할 것"이라며 "집권여당인 국민의힘도 화물연대와의 대화에 응해주시기를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7일부터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 5가지를 정부에 요구하며 총파업을 단행했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과로·과적·과속운행에 내몰린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2020년 1월부터 시행됐으며 당초 법안 시범 운영을 위해 정해둔 3년 일몰제에 따라 올해 말 종료된다.

당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은 모든 화물과 차종이 아닌 컨테이너·시멘트 부문에만 한정했다. 안전운임제는 유가에 연동돼 있어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 기사는 상대적으로 유가 인상 부담이 덜하다. 반면 안전운임제 적용 밖에 있는 화물 노동자는 유가에 관계없이 운임이 정해져있어 소득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서산 석유화학단지·당진 현대제철 제품 출하 재개

15일 충남 서산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기업에서도 차질을 빚던 제품 출하가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15일 대산단지 내 석유화학기업들에 따르면 LG화학,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케미칼 등 공장으로 통하는 대산읍 독곳네거리 주변에서 집회와 농성을 계속하던 화물연대 충남지역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이날 오전 해단식을 하고 오후부터 현장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중단됐던 수지 제품 기초원료 등 반출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파업기간 적체된 물량이 많아 완전 정상화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현대제철 당진제철소도 이날 오전부터 열연코일 등 철강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시멘트업계,  "파업 철회 안도...안전운임제는 종료돼야"

시멘트업계는 "운송 중단으로 인한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하면서도 "안전운임제는 반드시 종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몰제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15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시멘트업계는 지난 7일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를 시작으로 8일 동안 누적 매출손실이 1천61억원에 달하고, 일부 시멘트 공장의 생산라인이 중단되는 등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을 이유로 시작된 집단 운송거부 사태는 화주인 시멘트업계 뿐만 아니라 레미콘, 건설 등 관련 산업에도 큰 피해를 끼쳤다"고 밝혔다.  협회는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국토교통부의 노고에 사의를 표한다"면서도 "3년 일몰제를 전제로 올해까지 시행 예정인 안전운임제에 대해 당사자인 시멘트업계를 제외한 채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연장을) 지속 추진키로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시멘트업계는 전체 화물자동차의 0.7%에 불과한 시멘트 운송용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차량이 안전운임제 대상에 포함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이어 "예정대로 안전운임제를 종료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당위성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장 레미콘 차량 운송 기사들의 모임인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전운련)는 이달 중 레미콘 제조사와 운송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다음달 1일부터 운송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레미콘 제조사들은 "레미콘 운송 기사들은 BCT 차주들과 같은 개인 사업자들로, 노동자의 지위로 인정할 수 없다"며 "이미 레미콘 차량은 제조사가 운송거리에 비례해 경유값을 지원하고 있는데 운송 거부를 볼모로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안전운임제 보완입법 논의...험로 예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안전운임제 보완 입법은 국회의 숙제가 됐다. 2018년 통과된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를 2020∼2022년에 일몰법으로 도입하고,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시행결과를 분석해 연장 필요성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개정안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한시 연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번 더불어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화물연대와 국토부 간) 합의가 미봉책이 되지 않도록 국회 입법으로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며 "최우선 입법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라며 "정부와 국토부는 합의 내용을 변질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