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통제의 역설
[경제시론] 통제의 역설
  •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 승인 2022.06.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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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의 관심이던 미국의 5월 CPI는 예상치를 뛰어넘은 서프라이즈였고, 그 즉시 시장은 쇼크로 받아들였다. 높게 봐서 전월비 0.7% 상승했을 것으로 봤던 컨센서스가 무색하게 1.0%나 올라 전년대비로는 8.6%(전월 8.3%)를 기록, 4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단연 석유류의 상승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도 전월비 상승폭이 0.6%로 적지 않아 총체적 난국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자연히 Fed의 긴축에 가속도가 붙을 거라는 전망으로 귀결됐고, 금리(미 10년 3.16%)와 달러(104.2pt)는 급등하고 주가(나스닥 -3.5%)는 급락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미국 정부에 대해 2가지 관점의 접근법이 부각된다. 하나는 유가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에 관한 것이다. 국제유가만으로도 얼마나 거침이 없는지를 알 수 있지만 미국의 휘발유 소매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5달러를 돌파했을 만큼 올랐다. 이에 미국 정부는 사우디를 왕따 시키려던 그간의 모습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당연히 목적은 증산 요청일 것이다. 동시에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엑손모빌에 투자 요청(압박)을 한다. 이 역시 그 동안 친환경과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행보를 고려하면 매우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금리에 관련해서는 당장 금주 FOMC에서는 50bp 인상이 유력하지만 7월에 75bp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도 다시금 불을 지핀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설정하고 있는 연말 2.75% Fed 기준금리 Base 전망대비 3%를 넘는 시나리오의 확률이 높아진다. 이를 Worst 시나리오로 상정해 모니터링 중인데, 미국 물가 쇼크로 매크로 전망은 더 악화되어 경제와 시장을 압박하게 됐다.  

지난 주 ECB의 금리 인상 가이던스에 이어 이번 주 FOMC의 가이던스가 더없이 중요해졌다. 여러 모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유동성 긴축은 기존 전망대비 더 가속되는 것 같다. 이 와중에 아이러니한 점은 전쟁을 제재하는 미국과 유럽은 날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재의 대상인 러시아와 전략적 우호국들의 곳간은 날로 쌓여간다는 점이다.

[SK증권,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안영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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