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분양가 상한제
[경제시론] 분양가 상한제
  • 강경태연구원
  • 승인 2022.06.0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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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조합의 사업성을 저해해 아파트 공급시기를 늦춘 분양가상한제가 개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정부에서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로 확대적용한지 약 3년만이다. 세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실비 산정 요소를 확대하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사업지의 분양가는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의 합이다. 문제는 실제 투입되는 비용과 비교해 실비 산정 항목이 너무 간소화 돼 있다는 점이다. 금융비용이 대표적이다. 이주비 대출은 착공 후 입주시점까지 조합원들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지원하며, 모든 이자를 조합에서 부담하는 경우 공사비 다음으로 많은 비용을 차지하게 된다. 정비사업지라면 예외없이 지출되는 항목이다. 금융비용을 제하게 되면 정비사업 순수익이 감소하고, 이는 비례율을 낮춰 조합원 종전자산 권리가액를 하락시킨다. 조합원들에 제공하는 금융 혜택을 실비 산정 항목에 반영할 여지가 높다.

둘째, 국토교통부의 기본형 건축비 상한액 고시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다. 현재 고시 주기는 반기이며,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마다 3.3m2당 건축비 상한액을 고시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사업지는 공급 전 가장 최근에 고시된 상한액을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기 때문에 반기마다 일어나는 건축비 인상 요소는 반영하지 못한다. 조합에서 건축비 인상분을 반영해 분양가를 산정하면 시행사와의 공사비 증액 논의도 쉬워지기 마련이다. 원재료 가격, 운송비 인상, 파업에 따른 물류 차질로 인해 앞으로 투입해야 할 예정원가는 증가했는데, 시행사에서 지급할 공사비가 그대로라면 시공사의 아파트 공사 마진은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원도급사와 용역 계약을 맺은 철근콘크리트 등 골조 전문 건설업체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받을 돈이 많아야 줄 돈도 많아진다.

셋째, 실수요자 대상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의 유일한 순기능은 대상 지역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에 대한 청약 수요를 배가시켰다는 것이다. 기존 구축 아파트 실거래가와 신축 아파트 분양가 간의 괴리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분양가상한제가 개선되면 그 괴리가 축소되면서 청약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 대비 분양가가 상승하면 청약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는 만큼 대출 규제를 완화해 실수요 청약자를 유인할 필요가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미분양은 좋지 않다. 분양대금 납부 시기에 맞춰 공사비를 지급받는 분양불 계약의 경우, 분양률에 따라 공사비 수령액에 차등이 발생한다. 기성불 대비 분양불 사업장이 많은 현재, 공사비 관리를 위해서라도 분양가상한제 개선과 더불어 대출 규제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

분양가상한제 개선은 국내 주택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건설사들에 큰 호재다. 연간 공급 세대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정비사업지 공급 시기를 앞당겨 주택 공사 매출을 늘리고, 자재가격 상승분을 전가해 공사 마진도 방어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연초 아파트 골조 붕괴 사고로 시작된 각종 악재로 물러설 곳이 없는 현재, 더 안좋아질 것도 없다. 
 

[한국투자증권 강경태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