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당사자 신청없는 정신병원 동의입원은 인권침해"
인권위 "당사자 신청없는 정신병원 동의입원은 인권침해"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6.07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ㅣ 국가인권위원회
ㅣ 국가인권위원회

당사자 신청 없는 정신병원의 임의 동의입원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가 나왔다.

7일 인권위는 당사자 신청 없는 임의 동의입원 처리 및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전환은 인권침해라며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나주병원, 국립부곡병원, 국립공주병원, 국립춘천병원에게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은 망상 및 환청 치료를 위해 혼자 구급차를 타고 A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하지만 A병원은 진정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신과 폐쇄병동에 동의입원 처리했고 이후 보호입원으로 변경했다. 이에 진정인은 부당하게 강제입원을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동의입원은 입원하고자 하는 사람의 자발적 입원 의사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보호입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 필요성을 판단했지만 환자가 입원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보호의무자 2인의 신청으로 입원이 진행되는 '비자의적 입원 제도'다. 동의입원을 보호입원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퇴원요청이 선행돼야 한다.

이와 관련 A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정인에 대한 입원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고 동의입원과 보호입원 과정에서 진정인과 보호의무자가 입원 신청서에 직접 서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 결과 A병원은 정신과 병동 입원을 거부하는 진정인에게 이미 '동의입원' 항목에 표시가 된 입원 신청서를 출력해 서명만 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진정인이 퇴원을 신청하기 전 미리 보호입원으로의 전환을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진정인의 보호입원 전환 과정에서 A병원이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정인의 입원과정이 적법하다고 심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진정인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시킨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는 인신구속을 전제로 한 치료에 해당하므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원절차가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며, "단지 환자를 입원시키기 위해 동의입원 제도가 악용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5개 국립정신병원의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위원장에게 자의입원 또는 동의입원이 보호입원으로 전환되는 사례에 대해 절차위반 여부 등을 철저히 심의·의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정신건강복지법' 상 동의입원제도가 정신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입법 취지에 맞지 않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