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경제시론]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김상만 연구원
  • 승인 2022.06.0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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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채금리는 상승세를 멈추었고 위험자산 또한 하락일변도에서 벗어나 반등을 모색하고 있다. 환율시장 또한 달러강세의 진정으로 인해 원화를 포함한 대부분 통화가 강세로 돌아서는 등 이른바 트리플 강세장이 연출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전환의 배경에는 G2의 미세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론 및 중국의 방역완화 방침이 그것인데 이 같은 조치들이 경기둔화속도를 멈추고 국면전환을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점증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런데 이 같은 조치가 나오게 된 배경자체를 생각해보면 이 상황 자체가 그렇게 낙관적인 맥락에서 접근할 성격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즉, 경기가 둔화되어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에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없다는 말은 다시 말해 경기침체를 인정하게 되는 것이고 그것이 경제 및 기업에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사안인지 의문스럽다. 또한 그 와중에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시장참가자들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라는 두가지 위험요소를 동시에 다루어야 하는 입장에 서 있으며 그에 따른 인지부조화를 경험하고 있다. 즉, 성장과 안정된 물가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이상조합을 상정해놓고 그때그때의 상황변화에 따라, 그리고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희망고문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좋아서 물가도 오르는 거지요. 그래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시장금리는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주식에도 채권에도 좋잖아요”
“실업자가 감소하면 소득도 늘고 소비도 좋아지잖아요. 근데 그러면 성장률도 올라갈 거고 금리도 오르겠지요. 그래서 고용시장의 강세는 좀 진정되었으면 좋겠어요”

채권시장 관점에서 보자면 금리안정 기대와 경기침체의 경계선상에서의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기대인플레이션이 조금 꺾였다고 해서 금리가 내려가길 기대하는 것은 아전인수격인 해석이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예측력이 그렇게 정확했으면 과거의 시점에서 (틀리게) 전망했던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금리=성장+물가라는 단순한 등식을 대입해보면 성장이 꺾여도 물가가 유지되면 금리는 꺾이지 않을 수 있다. 이는 금리의 방향성에 대한 전망과 별개로 경계해야 할 포인트이다.

너무 돌아온 느낌에 이제 정리해야 할 시간이다.

현재 전개되고 있는 시장흐름은 단기적으로 더 진행될 여지는 남아있다. 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와 원자재 수급불안 및 공급망 차질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경기가 둔화된다고 볼 때 크레딧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지금은 금리가 오르던 내리던 상관없이 크레딧에 불리하다.
공사채, 은행채와 같은 초우량물을 통한 보수적인 대응이 계속 필요하다. 최근 은행채발행증가(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부족한 것은 발행이지 수요가 아니다. 녹록치 않은 발행시장 여건에 A등급 기업들마저 P-CBO발행으로 우회하고 있다. 은행, 공사들만이라도 부족한 물량을 채워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