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혼밥
[생각다이어리] 혼밥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5.2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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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박상욱
사진=작가 박상욱

혼자 밥 먹고,혼자 영화보고,혼자 여행하고,혼자 술을 마시는 것에서 보는 것처럼'혼자'라는 말에는 두가지 상반된 감정이 느껴집니다.

'고독' '외로움' '쓸쓸함' '소외'같은 사회를 등진 이미지와 '휴식' '자유' '당당함' '여유'같은 긍정적인 느낌.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렇게 혼자 즐기는 일상들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습니다.
밥 먹는 것도 그렇습니다.
자유롭게 편하니 혼자 먹는 사람이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먹는 게 불편해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 없이 그냥 밥 먹을 때가 됐는데 혼자라서 혼자 먹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가 먹고 싶은 메뉴를 눈치 보지 않고 고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나눠 먹지 않아도 된다.
느리면 느린 대로 내 속도로 먹을 수 있다.
여유롭게 맛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쩝쩝거리는 소리를 안 들어도 된다.
다른 사람과 수저를 섞지 않아 위생적이다.
내키면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다.
'혼밥' 하는 사람들은 혼밥의 장점을 이렇게 꼽습니다.

혼밥의 수준을 측정하는 테스트도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편의점,학생식당,패스트푸드점에서 혼자 먹을 수 있으면 '초보'입니다.
'중수'쯤 되면 백반집이나 중국집 등 일반 식당에 혼자 들어가고 줄 서서 먹는 유명 맛집이나 패밀리레스토랑에서 혼자 먹을 정도면 '고수'에 속합니다.
고깃집이나 뷔페를 당당하게 혼자 다니면 '초고수'라고 합니다.

식사는 원래 단순히 먹고사는 것 이상의 그 '무엇'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럿 가운데 혼자 밥 먹는 게 여전히 익숙한 모습은 아닙니다.
눈치가 보이고 남들 시선도 견뎌야 하는 별난 행위입니다.

사람에 치여 혼자이고 싶어서 선택하는 혼밥의 세상 , 원치 않아도 혼자일 수 밖에 없는 혼밥의 세상,혼밥은 그저 혼밥일 뿐 거기서 더 특별한 자유나 고독 같은 감정은 섞여 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홀로 남겨진 이들의 외로운 혼밥은 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