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송강호·박찬욱, 한국영화史 다시 쓰다
[이슈+] 송강호·박찬욱, 한국영화史 다시 쓰다
  • 김기범 기자
  • 승인 2022.05.29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감독상’ 동시 석권… 한국영화사 상 최초
송강호, 영화 <브로커>서 한국 남자 배우로 남우주연상 최초 수상
박찬욱, 칸 진출 18년 만에 첫 감독상 수상… ‘특별한 인연’ 계속 이어가
윤석열 대통령, 축전 보내 수상 축하…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 큰 위로”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폐막식에 참석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박찬욱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 참석해 트로피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송강호가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동시에 박찬욱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자신의 첫 감독상을 수상했다. 

28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송강호는 영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한국 남자 배우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사(史)에 길이 남을 낭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박 감독 개인으로선 앞서 칸영화제에서 <올드보이>(2004)로 심사위원대상, <박쥐>(2009)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지만 감독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사로선 <취화선>(2002)으로 임권택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이후 두 번째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영화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 동시 수상’이라는, 우리 영화사 상 처음 있는 쾌거를 이뤘다.

각기 다른 두 작품의 한국영화가 동시에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올해까지 총 여섯 번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두 한국영화가 경쟁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박 감독과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비롯해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에서 협업하며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해 왔다.

특히, <박쥐>는 제6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바 있다.

송강호는 이번 칸영화제 시상식에서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옆자리의 배우 강동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차례로 포옹한 후 박 감독과도 끌어안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시상식 후 두 사람은 한국 취재진이 있는 프레스센터에서 함께 인터뷰도 했다.

박 감독은 “좋은 작품을 하며 때를 기다리니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고 했고, 송강호는 “황금종려상 못지않게 의미 있는 감독상”이라며 서로를 추켜세웠다.

 

◇ 송강호, 한국 남자 배우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송강호의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남녀 통틀어 한국 배우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밀양>(2007)으로 여우주연상을 탄 전도연에 이어 송강호가 두 번째다. 

아시아 출신 남자 배우가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화양연화>(2000)의 량차오웨이, <아무도 모른다>(2007)의 야기라 유야에 이어 세 번째다.

송강호는 <괴물>(2006), <밀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에 이은 일곱 번째 영화로 올해 칸 초청을 받았다.

지난해엔 심사위원으로도 칸영화제에 참여했으며, 경쟁 부문 초청 네 번째 만에 처음 연기상을 받았다. 

그만큼 <브로커>의 초청 소식이 알려졌을 때부터 이번엔 송강호의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왔다.

송강호는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들을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상현 역을 맡았다.

<브로커>는 칸영화제에서 <어느 가족>(2018)으로 황금종려상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는 심사위원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첫 번째 한국 영화 연출작으로 더욱 관심을 받았다.

송강호는 시상식에서 먼저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며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며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 앞서 <브로커>는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하는 비공식 상으로 애큐메니컬 부문을 수상했다.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 박찬욱, <올드보이> 이후 18년 만에 칸영화제서 첫 감독상

박 감독 개인적으로도 칸영화제와의 인연은 깊다. 

그가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올드보이>, <박쥐>, <아가씨>(2016) 이후 첫 감독상을 수상하게 됐다.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은 <올드보이>, <박쥐>뿐 아니라 <아가씨> 또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뛰어난 성취를 보인 기술 아티스트에게 주는 ‘벌칸상’을 받은 바 있다. 

박 감독으로선 이번 감독상 수상으로 칸영화제와의 특별한 인연을 계속 이어가게 된 셈이다.

올해 수상작 <헤어질 결심>은 박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한국영화다.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다. 촘촘한 심리 묘사가 압권이라는 평가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23일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경쟁 부문 작품 가운데 최고점인 3.2점을 받으며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올드보이> 이후 18년이 흘러서야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 감독은 수상 소감으로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개인적 소회부터 밝혔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감독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제작진에게도 감사를 표한다”며 “그리고 무엇보다 박해일,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고 말로 못하겠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포즈를 하고 있다. ⓒ 뉴스1
박찬욱 감독이 28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한 감독상 트로피를 들어 포즈를 하고 있다. ⓒ 뉴스1

◇ 윤 대통령, 송강호와 박 감독에게 축전 보내

29일(한국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칸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동시 수상한 송강호와 박 감독에게 각각 축전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축전에서 송강호에게 “우리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여줬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이번 수상은 <밀양>, <박쥐>, <기생충> 등의 영화를 통해 송강호 배우님이 쌓아오신 깊이 있는 연기력이 꽃피운 결과”라며 ”한국이 낳은 위대한 감독들의 영화도 송강호 배우님의 연기가 없었다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송강호 배우님의 뛰어난 연기는 우리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을 한 단계 높여주었고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며 “<브로커>라는 멋진 작품을 함께 만들어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비롯한 배우, 제작진 여러분의 노고에도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박 감독에겐 “이번 수상은 지난 2004년 <올드보이>, 2009년<박쥐>, 2016년 <아가씨> 등을 통해 쌓인 영화적 재능과 노력이 꽃피운 결과”라며 “얼핏 모순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 존재와 내면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영화의 고유한 독창성과 뛰어난 경쟁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박 감독님과 배우, 제작진 여러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칸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은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툴른드의 사회풍자극 <슬픔의 삼각형>에게 돌아가며 지난 12일간 일정이 마무리됐다.

 

[비즈트리뷴=김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