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경제안보동맹으로 진화...삼성 이재용의 존재감
[한미정상회담] 경제안보동맹으로 진화...삼성 이재용의 존재감
  • 김민환 기자
  • 승인 2022.05.2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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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첫 만남을 갖었다. 특히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직접 공장 안내에 나서며 양국이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尹·바이든 "군사동맹 넘어 경제안보동맹으로...반도체 협력 강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ㅣ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ㅣ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만남을 통해 양국이 반도체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군사동맹을 넘어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두 정상을 영접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는 세계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며 "양국 관계 발전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회견에 앞서 이 부회장은 환영 인사를 통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 평택 반도체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며 "삼성은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고 미국과 아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세계 경제를 성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며 "또 많은 국가들이 인터넷에 대한 접근을 반도체를 통해 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해 제공되는 많은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여러 분야에 걸쳐 비즈니스 활동을 영위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모든 첨단 기술은 여러분의 헌신과 많은 노력에 기인한다"며 "여러분들에게 매우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부회장 다음으로 단상에 오른 윤 대통령은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께서 방한의 첫 일정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 반도체 평택 캠퍼스를 방문하신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한미 관계가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동맹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한 이래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으로 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며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 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오랜 역사처럼 한미 반도체 협력의 역사 또한 깊다"며 1974년 한미 합작으로 설립된 첫 반도체 기업 '한국반도체'를 언급하는 한편 한미 반도체 기업간 기술제휴, 미국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한국 투자, 작년 말 출범한 '한미 반도체 파트너십 대화'를 통한 정부간 협력 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반도체가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 생각하며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께서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의 제공뿐 아니라 미국의 첨단 소재·장비·설계 기업들의 한국 투자에도 큰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국 반도체의 심장인 평택 캠퍼스에 방문해 주셔서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은 5G와 나노기술 등 많은 분야에서 기술을 이끌고 있다"며 "한미간의 기술동맹을 이용해 양국 관계가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 생산하는 반도체 칩은 미국에서 설계한 게 많다"며 "기술적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양국간 핵심적 역할을 하는 반도체 칩을 많이 만들고 있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공급망이 더욱 교란되고 있다며 "국가안보라는 것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신뢰하는 국가끼리 더욱더 보호를 해야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함께 공급망 회복 문제를 위한 노력을 위해 함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앞으로 세계의 후손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가져올 것이란 걸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 특히 한국처럼 삼성과 같은 기업을 가진 나라에서 기술혁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또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위해서 노력할 때 앞으로 더 많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바이든 방한으로 美, 반도체·전기차 투자 얻고 방산수출 편의 내줘"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ㅣ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ㅣ대통령실사진기자단

증권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 반도체 및 전기차 기업들의 미국 내 설비투자(Capex)와 한국 방산기업의 미국 진출 편의성이란 결과물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으로 미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투자를 얻고 방산수출 편의를 내줬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기존의 안보동맹을 '경제안보+기술동맹'으로 확대 발전시킨다고 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원한 것은 한국 반도체·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내 Capex 투자로, 일부 기업이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투자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며, 현대차그룹은 55억달러를 들여 조지아주 서배너 인근에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미국이 반도체·전기차 기업들의 Capex 투자를 얻어간 반면 한국에 내어준 것은 국방상호조달협정(RDP) 협의를 개시하기로 한 것이란 설명이다. 하 연구원은 "과거 한미 FTA에서 국방분야가 포함되지 않아 한국 방산기업들이 수혜를 입지 못했는데, 이번 RDP 논의가 향후 성사될 경우 방산주들의 대미 수출 증가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며 "다만 이 협의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 이제 '협의를 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진행여부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탈세계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세계화'를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 연구원은 "새로운 세계화에서 최대 수혜국가가 될 조건은 핵심기술(비메모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할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트리뷴=김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