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생각다이어리]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4.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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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나를 돌아보게 만든 최근 두 개의 에피소드입니다.

요즘 '결혼 적령기' 운운하면 꼰대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나이가 차면 결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남녀를 불문하고 고리타분한 엣날 애기가 됐습니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 당연히 결혼했고, 또 당연히 아이가 있으리라고 짐작하고 물어보면 당황스런 답이 돌아올 때가 가끔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결혼 여부,자녀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내가 아는 후배는 곧 마흔인데 결혼을 하지 않았습니다.
15년 가까이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자기 재능을 팔아 생활하는 소위 '창의 노동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연애도,결혼도 관심이 없는 것 같아 그의 부모는 속을 태우는 중입니다.

그런 후배가 연애를 하더니 얼마 전에는 결혼을 결심한 남자가 생겼다고 부모님께 말했습니다.
부모님은 기뻐했고 특히 큰딸의 앞날을 걱정하던 어머니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남녀는 가치관의 차이를 드러냈고 서로 메울 수 없는 깊은 골을 확인하고 결국 두 사람은 헤어졌습니다.

상심이 크실 어머니 걱정에 집에는 알리지도 못하고 한동안 속앓이를 하던 후배는 게속 감출 수는 없는 느릇이라 어머니께 그간의 사실을 말씀드렸습니다.
"엄마,미안해요. 둘이 너무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그 사람하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기자 않아."

어머니는 의외로 쿨하게 말하더랍니다. "그래,잘했다. 행복하지 않는 결혼을 왜 하니?" 그 때 후배는 알았답니다. 엄마가 진짜로 원하는 건 나이 든 딸의 결혼이 아니라 딸이 진정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 이라는 걸.

두번째는 10년 동안 가수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미국으로 유학해 로스쿨을 졸업하고 국제변호사가 된 이소은씨의 인터뷰에서 본 내용입니다.
유학 초기에 그는 언어도,전공도 익숙치 않아 시험에서 꼴찌 등급을 맞았습니다.

펑펑 울면서 이런 사실을 집에 알리자 다음 날 한국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이메일이 왔더랍니다."아빠는 네가 처음부터 잘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언젠가는 우리 딸이 잘할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아빠는 너의 전부를 사랑하지 네가 잘할 때만 사랑하는게 아니다."

짧은 이야기인데 여운은 길었습니다. 내가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이 올바른지, 혹시 남의 눈때문에,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투영하는 건 아닌지, 또 자식을 향한 절대적 지지와 사랑을 아김없이 표현하는지 등등 한참을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