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각자의 속도가 있다
[생각다이어리] 각자의 속도가 있다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4.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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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년 동안 휴학했다가 이번 학기에 복학한 딸은 이제 졸업을 두 학기 남겨 두었습니다.
코로나로 3학년 때 온라인 수업을 경험했기 때문에 대면수업과 온라인수업을 병행하는 코로나 시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업어 보입니다.
학교는 일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 나가고 나머지는 집에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듣습니다.

수업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니 교수님 강의에 접속해 놓고 그다지 집중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류를 물었더니 강의를 녹화했다가 나중에 편한 시간에 1.5배속으로 보면 훨씬 효율적이고 집중도 더 잘된다고 말합니다.
딸아이만 그러는 게 아니라 요즘 많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라고 합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드라마를 몰아볼 때나 동영상으로 강의를 들을 때 그렇게 합니다,
드라마는 보고싶고, 10부작 넘는 걸 온전히 보기엔 엄두가 나지 않을 때, 꼭 듣고 싶은 강의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을 때 시간을 절약하며 목적을 이룰 수 있습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지못해 안달이 난'효율 강박증'때문입니다.

그러다 이 방싱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1.25배속으로 설정된 사실을 모른 채 음악을 들었더니 내가 알던 그 음악이긴 한데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공감할 수 없었고 어떤 감동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재생속도를 표준으로 돌려놓으니까 그제서야 음악이 제대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세상 모든 것들에겐 저마다의 속도가 있습니다.
꽃도 피고 지는 시기와 속도가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효율이라는 속도에 맞추느라 종종 자연스러운 리듬을 망가뜨립니다.
일을 빠르게 처리할수록 일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면서도 말입니다.
등산하면서도 알게 됩니다.멀리, 오래 가려면 자신의 속도로 가야 한다는 것을.

하버드대학의 유명한 마술사 수업이 있습니다.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 하나를 선태갷서 3시간동안 꼼짝 않고 감상하는 것입니다.
이 때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접속은 금지입니다.
담당 교수인 제니퍼로버츠는 그림이 전하는 풍부한 정보를 발굴하려면 실제로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한번도 보지 못한 시각의 세계와 만날 때까지 의도적으로 느림을 실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삶이란 스스로의 속도로 자신만의 풍경을 얻는 과정입니다.
마음이 번잡할 때마다 내가 산책을 하는 이유도 빠른 세상에서 내게 휴실을 주는 게 '걷는 속도'로 바라보는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에서 책이 더 잘 읽히는 이유도 그 리듬이 책을 읽는 속도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상상해봅니다.
각자에겐 고유의 리듬이 있습니다.
분명한 건 속도를 늦춰야 비로소 보이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필요가 아닌 나의 필요에게 종종 보폭을 맞춰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