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드라마 서른아홉
[생각다이어리] 드라마 서른아홉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4.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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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른아홉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암 환자가 자기가 죽으면 부고(訃告)를 할 지인들의 연락처가 적힌 쪽지를 친구에게 건넵니다.
쪽지를 받고 고민하던 친구는 친구가 죽은 다음이 아니라 살아 있을 때 그 지인들을 초대해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작별인사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합니다.
일종의 '생전 장례식'과 비슷합니다.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의 마지막회에 나온 장면입니다.
드라마는 서른아홉 동갑내기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그리고 그 중 한 친구의 죽음을 다룹니다.
앞서 말한 장면은 드라마처럼 시한부 선고를 받고 정확하진 않아도 살 수 있는 날이 대략 어느 정도 남았다고 에측할 수 있을 때 까능한 일입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가 언제 죽을지 모릅니다.
심지어 시한부 진단을 내리는 의사들도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의 평균 여명을 통게적으로 게산해서 '6개월,1년 정도'라고 예측할 뿐입니다.
그러니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이 82세'라고 해서 여든두 살에 죽는 남자가 몇명이나 되겠습니까.
대부분 알 수 없습니다.

만약 사람이 자기가 죽는 날을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불확실한 걸 싫어합니다.
만약 자신의 미래를 알면 현재를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까요? 인생의 모든것이 확실하고 에측 가능하며 정해져 있다면 오늘의 우리는 행복할까요?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한 달 뒤에 죽을 운명이라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남은 한 달 동안 평소 하고 싶은 것들을 실컷 하면서 신나게 살지, 아니면 한 달 남은 운명에 절망하면서 괴로워하면서 죽음을 기다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미래를 알고 불확실한 게 없어진다면 살마들은 아마 미래를 바꾸려는 노력 따위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열심히 노력하면 운명이 바뀌기도 합니다.
인생은 늘 모르는 것이고 걷다 보면 꽃길도 만나고 가시밭길도 마주치기 마련입니다.
그런 불확실성이 오히려 가능성을 열어 두는 것 아닐까요.

삶의 일정 부분에 불확실성을 남겨 두는 일, 그 불확실성을 하나하나 확실한 것으로 바꿔가면서 열린 가능성으로 하루하루 살아내는 일, 예상하지 못한 나쁜 일이 생겨도 그것조차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그 불확실 속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일,이런 일들이 우리의 오늘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는 입양과 부모의 의미,웰다잉,존엄사,주변 사람들과 의미 있게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지에 대한 성찰을 하게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