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디드로 효과
[생각다이어리] 디드로 효과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3.21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8세기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선물로 멋진 분홍색 가운을 받았습니다.
가운이 마음에 든 그는 낡은 가운을 버리고 새 가운을 입었습니다.
그러자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침실의 낡은 가구들이 새 가운과 어울리지 않아 거슬렸습니다.
그래서 새 가운에 맞춰 가구를 하나식 바꾸고 급기야 벽지까지 바꿨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하나 사고 나서 그에 어울리거나 연관된 상품을 게속 구매하는 현상을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부릅니다.

제조업체나 광고 회사들은 쇼핑이 도미노처럼 이어지는 이런 현상을 반가워 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이런 현상 속에는 인간의 외로움이 감춰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사람들은 말 합니다.가진게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수없이 쏟아지는 상품과 광고 이미지에 둘러싸여 삽니다.

결국 디드로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나는 내 낡은 가운의 완전한 주인이었는데 이제 새 가운의 노에가 되고 말았다."
디드로는 물건과 주인과의 관게에 대해 말했지만 결국 그 물건들의 주인이 됐다고 여긴 게 문제 아닐까요.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한 사람은 물건이라도 소유해서 주인이 되고 싶어 하지만 결국은 그 물건의 노에가 되고 맙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가 너무 공허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잇습니다.
채울 수 없는 마음의 구멍에 대해 괴롭다고 털어놓기도 합니다.
왠지 포장도 뜯지 않은 택배 상자들에 둘러싸여 '다 부질없다'고 넋 놓고 중얼거리는 것 같습니다.

마음에 구멍이 없는 사람이 거의 없고 구멍을 다 채웠다는 이들도 보지 못했습니다.
마음의 구멍을 어떻게 채울지는 나도 잘 모릅니다.
다만 이건 이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안에 나를 불합리한 행동으로 몰고 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 힘에 끌려가지 않고 한 발자국 발을 빼고 뒤로 물러나 보는 겁니다.
그렇게 나의 결핍에 끌려가지 않고 내려다 볼 수 있게 되면 쇼핑의 악순환, 헛된 유대와 인정에 대한 욕구가 맞물려 돌아가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