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기업살인 
[생각다이어리] 기업살인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2.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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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박상욱 작가
ㅣ 박상욱 작가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아파트공사 붕괴사고로 실종된 노동자 구조작업이 사고 발생이 한 달이 되도록 마무리되지 않고 잇습니다.
산재(산업재해) 사망률은 노인빈곤률, 자살률 , 출산율 , 행복지수와 함께 우리나라가 OECE(경제협력개발지구) 회원국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악성 지표입니다.

코로나 선진방역국 기생충 BTS 오징어게임으로 이어지는 문화선진국, 소위 '소프트파워' 대한민국이지만 산재사망률 1위의 불명예국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의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는 사망사건에 대한 법원의 형량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2013~2017년 조사를 보면, 피고인 2923명 가운데 징역과 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86명으로 100명 중 3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으로 개인 420만원, 기업(법인)은 480만원 수준입니다.

그러니 한국 기업들은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고, 안전관리자도 두지 않으면서, 안전교육은 더더욱 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 노동자의 '목숨값' 480만원만 내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입니다. 기업의 문제이고, 기업 경영의 실패로 발생하는 살인사건입니다.

외국의 경우, 산업재해로 인명이 다치면 고용주는 최대 징역 25년, 법인은 최대 60억 원의 벌금을 내야 합니다(오스트레일리아).
영국은 법 이름 자체가 그 성격을 명확히 합니다.
'산업재해법'이 아니라 '기업살인법(The Corporate Manslaughter and Homicide Act)'입니다.

결국 기업이 '주의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숨지면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엄청난 경제적 압박과 사회적 낙인을 통해 기업이 안전의무를 지키도록 강제한 것입니다.
실제로 기업살인법이 시행된 2008년 이후 영국의 산재 사망률은 2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한국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작년 1월 국회를 통과해 지난 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인명에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입니다.
산재사망률이 영국의 30배가 넘는데 이제서야 이런 법률이 만들어졌다는 게 부끄럽습니다.

물론 처벌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산업현장의 의지와 협조가 있어야 재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태 밖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죽음에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해마다 2천 명 넘는 노동자가 '기업살인'으로 사망합니다.
일을 마친 노동자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는 사회가 진짜 선진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