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크리스마스 그때 그시절
[생각다이어리] 크리스마스 그때 그시절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2.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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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ㅣ박상욱 작가
촬영 ㅣ박상욱 작가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 현지 사람들이 '엔코'라고 부르는 'NK백화점'이 있습니다.
'럭셔리 마케팅'을 지향하는 고급 백화점인데 평소에는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런데 사치와 명품 소비에 시큰둥한 스톡홀름 시민들도 1년에 한 번은 이 백화점에 구름처럼 몰리는 때가 있는데 바로 크리스마스 시즌입니다.

매년 12월 초가 되면 백화점 쇼윈도를 크리스마스 테마로 장식하는데 그게 그렇게 볼만하다는 겁니다.
물론 나는 안 가 봤고 손가락으로 서치해서 안 사실입니다.

스톡홀름에 엔코가 있다면 서울에는 신세계백화점이 있습니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는 명동 본점이 올해는 서커스를 테마로 한 미디어 파사드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해가 지면 이 일대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루며 교통에 방해가 되자 백화점측에서는 급기야 안전 펜스를 설치하는 등 난리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에 비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찍은 메이시스 백화점의 트리장식은 소박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1851년 설립 이후 미국 백화점의 대명사로 군림하다 지금은 미국의 중상위급 백화점 체인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현재의 위상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화려하고 입이 떡 벌어지게 하는 볼거리들이 여기저기 생겨나지만 그래도 가장 아름다웠던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어린시절 시골 교회로 돌아갑니다.
캐럴과 무용 성극으로 한바탕 웃으면서 성탄예배를 마치면 교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습니다.

그리고 새벽이 되면 아이들은 캐럴을 부르면서 동네 골목을 누비고 다닙니다.
교인들은 꼬마 성가대를 기다렸다가 과자나 떡을 선물로 주곤 했는데 지금은 볼 수 없는 그리운 옛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