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개멋져. 개힘들어
[생각다이어리] 개멋져. 개힘들어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2.14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문 도와드리겟습니다" "그 메뉴는 지금 안되세요"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이 쪽으로 오실게요"

카페나 음식점, 병원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다 압니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불편합니다.
기분이 나쁘기까지 합니다.
주문을 받거나 준비된 메뉴를 공손하게 하려다 보니 도와드리겠다는 말이 쓸데없이 붙었습니다.
존대 표현을 많이 한다고 해서 높임말이 되는 것도 아닌데 사람이 아닌 사물한테 존칭어간 '시'가 쓸데없이 붙습니다.

'뜻만 통하면 됐지 뭘 그렇게 따지냐;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또 '잘못된 표현이라도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쓴다면 새로운 언어습관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잇습니다.
그래도 잘못된 표현인지도 모르고 마구 쓰는 것보다는 제대로 알고 바르게 쓰는 게 낫다는 게 내 생각입니다.

사람들이 쓰는 말이 단정하지 않고 어수선하면 사회도 어지럽다는 뜻 입니다.
젊은 층들이 많이쓰는 속된 표현도 있습니다.
그냥 이득이 아닌 개이득,개좋아,개꿀쨈, 등등.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접두사'개'가 멍멍 짖는 개에서 온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아닙니다.

그 개(犬)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개는 원래 거짓 '가(假)'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비슷하지만 '진짜보다 못하다'는 뜻입니다.
개살구,개떡,개복숭아 같은 경우입니다.
그러다가 주로 부정적인 의미의 명사 앞에 붙어 '정도가 심함'을 뜻하는 개고생 , 개망나니로 쓰였는대 의미가 확장돼 이제는 긍정적인 뜻의 말과 결합하게 개멋져 , 개맛있어 , 개꿀 등으로도 쓰입니다.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개는 같은 발음의 욕설을 떠올리게 하므로 쓸 때 재미있을지는 몰라도 어감이 거칠고 천박해 보입니다.
사회가 각박해진 탓에 사람들이 더 자극적이고 험한 표현을 찾게 된 결과입니다.
언어가 타락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조지 오웰은"생각이 언어를 타락시킨다면 언어 또한 생각을 타락시킬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 는 '정치와 언어'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생각과 언어'의 관게로 치환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위악적으로 쓰는 말 마구 쓰다 보면 생각까지 거칠어질 수 있다는 애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