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구겐하임과 최부잣집
[생각다이어리] 구겐하임과 최부잣집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1.17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구겐하임(Guggenheim), 1937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미술관 이름입니다.
현대미술, 특히 추상미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걸작들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여느 미술관들과 달리 해외진출에도 적극적이어서 이태리 페기, 스페인 빌바오, 독일의 베를린에도 분관을 두고 있습니다.

악착같이 돈을 버는 것으로 유명한 유대인인 구겐하임은 막장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피와 땀, 때로는 목숨을 지불하고 광산재벌이 됐습니다.
그런 만큼 구겐하임의 이미지가 좋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 후 구겐하임 가문은 다양한 자선사업에 모은 재산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미술관은 그 중 하나입니다.

사업도 승승장구했습니다. 남을 돕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자선사업을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덕에 사업이 게속 발전하는, 결국 '자신을 도와주는 일'이 된 셈입니다.
원래 유대 언어인 히브리어에는 '남에게 베풀다'라는 의미의 '자선(charity)'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비슷한 말로 체다카(Tzedakah)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는 '해야 할 당연한 행위'라는 뜻입니다.

조선시대인 1600년대 초반부터 1900년 중반까지 300년 동안 부를 누린 경주 최부잣집.
나라가 망하자 최준은 재산의 상당 부분을 상해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으로 보냈고 광복 후에는 전 재산을 영남대의 전신인 청구대와 대구대학 설립에 쓰고 역사의 무대 뒤로 스스로 사라졌습니다.

최씨 가문의 6가지 가르침은 지금도 전해지는데 '진사 이상의 벼슬을 하지 마라' '며느리가 시집오면 3년 동안 낡은 무명옷을 입혀라' 같은 절제와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나그네를 후하게 대접해라'같은 베풂에 대한 애기도 있습니다.
이는 '재물은 똥과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골고루 사방에 뿌리면 거름이 된다'는 가르침을 따른 것 입니다.

그 덕에 구한말 굶주린 백성들이 도적떼로 변해 부잣집을 약탈할 때도 최부잣집은 오히려 이웃들이 나서서 지켜주었습니다.
자선에 관한 스토리는 동서고금이 비슷합니다.
자선을 많이 하는 사람이 행복하고 또 그들이 경영하는 기업의 생명력이 훨씬 길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