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원하는게 있다면 내놓을줄도 알아야
[생각다이어리] 원하는게 있다면 내놓을줄도 알아야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0.25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파리 지하철 승강장
파리 지하철 승강장

아침 일찍부터 압구정동에서 일을 보고 시청 앞에서 점심식사를 겸한 미팅 그리고 마곡에서 마지막 업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이동한 거리는 100km 정도 됩니다.
자동차를 이용하면 주차도 문제지만 제일 난감한 건 약속시간을 정확히 맞출 수 없다는 것.

이런 날은 지하철이 답입니다.
시간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한국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고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도 서울의 지하철입니다.
꺠끗하고 쾌적하면서 놀라울 정도로 편리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지하철앱을 이용하면 가장 빠른 노선, 그리고 환승과 출입구를 쉽게 찾을 수 있는 차량번호와 문까지 자상하게 알려줍니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런던에서 개통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웃 나라 프랑스도 철도 선진국입니다.
수도 파리에 지하철이 처음 등장한 건 1900년. 그 해 열린 만국박함회를 위해 건설됐는데 현재 파리지하철 노선은 모두 14개.
이 중 대부분은 1940년대 전에 만들었습니다. 오래된 만큼 역과 열차는 낡고 지저분합니다.

지하철 역사도 좁고 통로는 어둡고 냄새도 납니다.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승강장엔 당연히 스크린도어도 없습니다.
열차는 낡고 불편합니다.
출입문도 자동이 아니라 승객이 손잡이를 당기는 열차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파리시민들은 별로 불평하지 않습니다.
불편하긴 한데 그렇다고 딱히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말하면 불편이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비용문제가 가장 큽니다.
지하철을 보수하고 개선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를 조달하려면 지하철 요금을 올리거나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의 주머니를 열어야 합니다.
이게 싫으면 불편을 감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어떨까요, 파리 지하철 정도의 상황이라면 아마도 곳곳에서 난리가 날 겁니다.
불평과 항의가 이어집니다.
그렇지만 요금을 인상하는 것에는 반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설이나 환경은 좋아야 하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건 싫은 거지요.

'수익자 부담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사업이나 투자로 수익을 얻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비율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경제학의 기본원칙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