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K드라마가 사는법
[생각다이어리] K드라마가 사는법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0.2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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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오징어 게임]이 94개 나라에서 인기순위 1등을 했다는 사실을 이제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글로벌 대박이 났지만 제작사인 싸이런픽처스나 연출을 맡은 황동혁 감독에겐 1원 한푼 쥐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덩달아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른 수익은 모두 넷플릭스가 독차지합니다.

그러나 이는 결과론일 뿐입니다.
[오징어 게임] 제작비는 약 250억원. 10년 전 황동혁 감독이 '오징어 게임' 시나리오를 들고 투자자들을 찾았을 때 관심을 갖는 투자자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황 감독은 넷플릭스에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결과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대로 입니다.
결론적으로 넷플릭스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규모의 예산이 들어가는 이렇게 수위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제작비는 선불이고 제작 과정에서 투자자의 참견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박이 나면 넷플릭스가 수익을 독점하지만 망해도 모든 책임을 떠안습니다.
그렇다면 수익배분과 투자조건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연필 한 자루와 종이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문학과 달리 영화나 드라마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되는'산업'입니다.
가령 작가는 상상력을 발휘해'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푸른 바다가 눈 앞에 펼쳐졌다' 라고 연필로 종이에 쓰면 끝이지만 영화는 넓고 푸른 바다까지 가서 구름 한 점 없는 날이 될 때까지 그 많은 스태프들을 데리고 기다려야 합니다.

불확실한 투자와 그에 따른 리스크를 생각하면 싸이런픽처스의 결정과 넷플릭스의 탐욕을 탓할 수 없습니다.
우리 자동차와 반도체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하청 국가로 출발해 오늘의 반도체 강국이 됐듯이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예술로서 존재하는 의미와는 별개로 산업과 비즈니스일 때는 후발 국가의 방식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그 공식을 따른 것입니다.
다른 증거로 [마이네임] [갯마을 차차차]도 인기순위 10위안에 오르면서 K드라마의 신화를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