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시간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생각다이어리] 시간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0.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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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편입니다.
그래서 약속장소에 10~20분 먼저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대의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는 배려심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의 조급증 탓입니다.
그러다 만나기로 한 사람이 10분쯤 늦으면 나는 20~30분을 기다리게 됩니다.

소심한 탓에 '괜찮다'고 말하며 대범한 척 넘기지만 속으로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만데' 따져가며 상대의 마음이 나 같지 않음을 서운해 합니다.
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도대체 시간은 언제부터 돈이 됐을까'.

시대에 따라 시간의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농경사회에는 촌각을 다툴 일이 없습니다.
시간보다는 날(日)이나 달(月), 계절이 중요했습니다.
해시계, 물시게가 있었지만 개인용은 아니었습니다.
약속시간도 '점심 무렵에 느티나무 밑에서 보자'든가 '저녁밥 먹고 방앗간에서 기다리겟다'고 했을 것입니다.
늦게 왔다고 지청구를 듣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시간이 무엇보다 절박하게 돈으로 환산되는 지점은 노동을 단지 시간단위로 계산하는 게 아니라 효율로 따질 때입니다.
단순히 한 시간 일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 시간 동안 얼마만큼 일했느냐를 따지기 시작하면 그 때부턴 쉬기가 어려워집니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 아플 시간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시간이 돈이 아니라 주인이요 상사입니다.

시계가 필요 없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것 처럼 임금 노동도 자본주의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산업혁명시대도 아니고 노에제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