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소중한 것, 중요한 것
[생각다이어리] 소중한 것, 중요한 것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1.10.0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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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건 일단 마음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몰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요즘 마음이 출렁이고 있습니다.
일은 손에 잡히지 않는 데다 마음은 어지럽고 분주하지만 중요한 일들을 포기할 수 없어 겨우 겨우 일상을 이어가는 중입니다.

생각을 지우고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봐도 괜찮은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어도 그 때 뿐입니다.
내 마음이지만 마음대로 할 수가 없어서 망연자실할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이런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늘 단단한 마음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가끔 찾아오는 열병 앞에선 여전히 속수무책 입니다.

답답할 때 가끔 아무 페이지나 열어 보는 김소연의 책 [마음사전]을 펼쳤습니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라는 문장 뒤 편에 '우리는 중요한 것들의 하중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를 적어 두고 두 단의 의미를 구분하고 있습니다.

'소중하다'와 '중요하다'를 엄격히 구분해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소중하다는 '매우 귀중하다' , 중요하다는 '귀중하고 요긴하다'로 풀이돼 있습니다.
이게 뭔 말인가, 싶게 모호한 정의는 예문을 보고 나서야 조금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소중한 것은 가족이나 친구처럼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중요한 것은 돈이나 일처럼 사회적 지위를 위한 방편인 경우가 많습니다.
소중한 것은 나의 행복과 관련이 더 많지만 때로 중요한 것을 위해 소중한 것들이 희생되곤 합니다.

시인 백석을 사랑했지만 인연을 맺지 못한 김영한 여사는 자신이 운영하던 고급 음식점 전부를 불교에 시주했습니다.
성북동에 있는 지금 길상사가 그것입니다.
1995년 당시 시세로 1천억 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김 여사는 한 인터뷰에서 "천억 원이 백석의 시 한 줄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꼭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의 가치는 중요한 것을 무력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