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한은 빅스텝 가능성과 그 이유
[경제시론] 한은 빅스텝 가능성과 그 이유
  • 신 얼 연구원
  • 승인 2022.05.1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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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의 금통위 데뷔가 1 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총재의 정책 색채와 경기 및 물가 판단 중요성이 보다 커지는 시점에서 맞이할 데뷔전이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연습 경기를 본 시즌처럼 치르고 있다. 인사청문회 전후 총재 후보자의 인식을 간접적으로 확인했고, 취임사를 통해 통화당국의 중장기 과제를 확인했다. 경제부총리와의 조찬 간담회에서 연준의 50bp 금리 인상과 같은 ‘Big Step’ 을 배제할 단계가 아니라는 발언은 시장에 충격을 줬다. 고위 관계자의 진화 작업은 있었지만, 이미 시장의 뇌리에는 한은 또한 물가 안정 목표를 위한 정책 변화 가능성을 인지하게 됐다. 5 월 금통위는 기준금리 25bp 인상을 통한 1.75%로의 상향조정 전망을 유지한다. 7 월 또는 8 월 금통위에서 Big Step인 50bp 인상으로 기준금리 2.25%로 추가 상향될 것으로 판단한다. 

Original Fed 로의 복귀는 결국 공급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세를 일시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추세적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이 보다 확산되기 이전에 이를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최근 미 인플레이션은 Headline 과 Core 모두 가파른 상승 후 정점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물가 지표인 전자의 물가 중요성이 보다 커졌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 등 원재료 가격과 음식 주재료에 해당하는 농축수산물의 가격 향방이 보다 중요해졌다. 비단 연준만의 문제가 아닌 대다수 중앙은행의 숙제에 해당한다. 한미 정상 모두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하는 시점이다.

결국 Cost-Push Inflation 은 에너지, 원자재 및 음식료 가격 등에서 비롯된다. 해당 요인의 Peak-Out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현재 물가 정점 도달 및 추가 상승 제어를 확언할 수는 없다. 되려 소비에서 비롯되는 Demand-Pull Inflation 과 공급측 요인의 영향력 발현까지의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당분간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WTI 선물가격은 ‘21 년 3 월, 팬데믹 이전 수준인 60 달러 선을 회복하였다. 지난 연말 안정화되자 인플레이션의 peakout 을 가능성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내 원유 정제시설 생산 차질 등으로 촉발된 가격 불안정은 러–우 전쟁 이후 급등하여 5 월 중순 배럴당 110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 수입물가지수는 글로벌 공급망 이슈 영향이 이어지면서 13 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4 월말 계약통화기준 한국의 수입물가지수는 전년대비 75.9% 증가하였다.

식량가격지수 상승세는 보다 이른 시점에 큰 폭으로 진행됐기에 우려스럽다. 식량가격은 21 개월째 상승세다. 동기간 평균 상승률은 22.5%에 달한다. 결정적으로 러-우 전쟁은 식량가격 불안정을 야기했다. 양국의 밀, 옥수수 등 농산품수출물량이 세계 시장의 20~30%를 차지하는 만큼, 최근 30% 내외의 가격 상승세를 견인한 주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은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연준의 Big step 금리 인상 단행 및 연속적 행보 가능성은 통화정책의 경제주체 심리 경로를 통한 물가 상승의 연결 고리를 제약하겠다는 의도를 가진다. 러–우 전쟁의 장기화는 당초 예상보다 물가 상방 압력을 가중시켰다. 팬데믹 이후 2%대의 미국 기대인플레이션율은 5%를 돌파했다. 미시간대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최근 12 개월 평균 4.6%를 상회했다. 연준의 다급한 물가안정을 위한 매파적 스탠스는 공격적인 대응 의지의 발로다. 게다가 파월 의장은 이미 인식된 중립 금리 수준을 넘어서는 기준금리 인상가능성을 시사함과 동시에, 물가상승률이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을 언급했다. 

한국 또한 유사한 형국이다. ‘22 년 4 월 한국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1%를 기록했다. ‘13 년 4 월 이후 처음으로 3%를 돌파했다. 동지표의 ‘21 년 2 월까지 2% 하회 현상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과거 ‘05~’07 년, ‘10~’11 년 및 ‘17~’18 년의 금리 인상 국면에서는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의 상승세는 분명 제어된 바 있다. 현재 인상 국면에서는 양자의 동행이 진행형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한 대목이다.

특히 데이터의 시계열이 상대적으로 짧은 국내에서 눈여겨볼만한 인플레이션에 미칠 통화정책 영향력은 ‘09~‘12 년 국면이 유의미하겠다. 현재 한국의 실질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2% 내외로 추정된다. 100bp 금리 인상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보다 컸기에 최근 1 년 가까이 마이너스 폭이 보다 확대됐다. 5 월 금통위의 25bp 금리 인상과 3Q 중 50bp 금리 인상이 결합될 경우, 물가의 최악 상황이 도래하지 않는다면 실질 기준금리의 마이너스 폭 축소는 현실화될 것이다. 이 또한, 한국은행 총재의 Big Step 인상 가능성을 고려한 발언의 속내이기도 할 것이다. 

과거 ‘09~‘11 년에서는 실질 기준금리가 -2~-3%까지 레벨 다운되었고 동시에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후반에서 4% 중반에 형성되었었다. 금융시장의 안정화와 기준금리 총 125bp 인상을 통해 소비자 기대인플레이션의 하향 안정화를 견인한 바 있다. 그 과정이 일방향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나, 결국 목표한 바를 달성한 통화정책 성과였다. 이는 ‘13 년 5 월부터 ‘14 년 7 월까지 기준금리 2.50% 동결 스탠스를 유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원인이기도 했다. 현재는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변동성으로 이어졌다. 3Q 까지는 통화정책발 변동성이 유지되겠으나, 8 월 이후부터는 정책에 대한 시계가 보다 명확해질 개연성이 높아지겠다. 통화정책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제약되는 장기물 금리의 안정화는 물가 안정이 도래할 시, 비교적 신속히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SK증권 신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