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꼰대의 종류
[생각다이어리] 꼰대의 종류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1.1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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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의 종류가 그렇게 많은 지 몰랐습니다.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을 아는 꼰대와 모르는 꼰대가 잇는 한편 중증꼰대와 경증꼰대로 나누기도 합니다. 대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상대가 반박하거나 토 달기 어려운 직업일수록 꼰대가 되기 쉽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사, 의사, 교수 같은 전문분야는 자신이 꼰대라는 사실도 모르고 중증꼰대의 위험성이 아주 큽니다. 가만히 속을 삭이며 틀린 말도 꾹 참고 들어줄 뿐인데 상대가 가만히 있으니까 자기가 옳은 말만 한다고 믿습니다.

꼰대 중에는 스스로의 영토를 넓은 시공간으로 무한 확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그리고 어느 영역에서나 항상 자기가 옳다고 믿는 꼰대의 정점에 다다른 사람입니다.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해결사 노릇을 자임합니다.

물리학자 김범준 교수는 재미 있는 비유를 들었습니다. "과학은 둘 사이의 상관관계를 함수로 정의하는데 시공간 죄표축에서 시간 t와 거리 x가 늘어나면 상관함수는 0에 가까워진다. 꼰대를 좌표에 대입하면 시공간 좌표(t,x)인 지금 이곳의 상황을 원점(0,0)에서 형성된 가치관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꼰대" 라고 말합니다. 원점과 꼰대(t,x)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중증꼰대가 된다는 것이지요.

같은 분야의 오래 전 판단기준을 현재에 적용하는 '시간꼰대'도,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다른 곳에 적용하는 '공간꼰대'도 있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는 전형적인 시간꼰대입니다. 시간꼰대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자기의 전문지식 범위가 아닌 영역에서까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공간꼰대입니다.

 

꼰대의 대마왕은 시공간의 모든 좌표축을 아우르는 사람입니다. 한참 전 과거라서 t가 아주 크고 완전히 동떨어진 분야라서 x도 아주 멀어서 상관관계가 0인데도 자기가 옳다고 믿고 심지어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주입하거나 강요합니다.

그래서 스스로 전문가임을 주장하는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땐 t와 x를 가늠하면서 듣는 게 중요합니다. 예컨대 1980~90년대 독일에서 공부한 것과 그곳 한인 유학생 사회의 경험을 갖고 현재 한국사회의 현상과 문제를 판단하는 대학친구가 있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건 그 때, 거기 얘기”라고 면박을 주지만 친구는 굴하지 않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현재 문제를 파악하려면 비교 대상이 필요합니다. t와 x가 다를 뿐, 어쩌면 우리 모두 꼰대의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금도 새롭게 진화하는 가치관을 고정된 t와 x로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 그곳’의 기준과 ‘현재, 이곳’ 사이의 상관관계를 끊임없이 좁혀야 합니다.

시간이 흘러 세상이 바뀌면 내 생각의 기준점을 시간 축에 따라 옮기고, 폭넓게 읽고 다양하게 만나 판단기준이 정의된 공간을 넓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극소수만 나와 생각이 같다는 걸 느낄 때, 내 생각이 맞는 것 같은데 사람들은 왜 나와 다를까, 하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성찰이 필요할 때입니다. 세상이 아니라 내가 문제일 가능성이 크고 내가 그 꼰대일 수 있습니다.

[신형범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