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다이어리] 제로 투 원
[생각다이어리] 제로 투 원
  • 신형범 칼럼리스트
  • 승인 2022.01.04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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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업마다 새해 경영계획을 발표하는 기사들이 경제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런 기사들은 대개 '오너'라고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의 이름으로 나오는데 도전, 혁신, 확장같은 단어들을 키워드로 코로나 상황을 이겨내자고 전합니다. 솔직히 공감할 만한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페이팔(Paypal)의 창업자 피터 틸은 블레이크 매스터스와 함께 쓴 [제로 투 원(Zero to one)]에서 미래를 향한 진보에는 수평적 진보와 수직적 진보가 있다고 말합니다. 수평적진보는 효과가 이미 검증된 것을 더 좋게 만드는것. 즉 1에서 n으로 확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수직적 진보는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즉 0에서 1로 집약시키는 것을 뜻합니다.

기존 전화기보다 더 편리한 디자인이나 예쁜 색깔의 전화기를 만들었다면 수평적 진보(1 to n)입니다. 그러나 전화기를 보고 스마트폰을 만든 것은 수직적 진보(0 to 1)입니다. 수직적 진보를 가능하게 하는 게 기술인데 특히 최근 급속히 발전한 IT의 영향이 큽니다. 

IT 활용을 깊이 고민해보면 통념적으로 보던 사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제로투원'의 가능성이 펼쳐집니다. 해외여행때 비싼 호텔이나 싸지만 불편한 유스호스텔에 머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때 집주인이 쓰지 않는 공간을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연결해준다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윈-윈' 입니다. 

예전 같으면 누가 이런 생각을 했다 하더라도 가능하지 않았습니다. 민박이 있었지만 찾기도 힘들고 신뢰하기도 어려웠습니다.  IT의 진보에 힘입어 민박을 사업으로 완성시킨 게 바로 에어비앤비(Airbnb)입니다. 

우버(Uber)도 비슷합니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 할 수 없이 타는 택시라면 바가지를 쓸 수도 있고 가격때문에 불안할 수도 있습니다. 멀지않은 거리를 이동할 사람과 차를 가진 사람을 단순히 연결해주는 것만으로 수백억 달러가치의 기업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마르쉘 프루스트의 말 "진정한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경치를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보은 것에 있다"라는 말을 증명하는 사례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