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공포] 文대통령 '검수완박 공포안' 의결…향후 쟁점은?
[검수완박 공포] 文대통령 '검수완박 공포안' 의결…향후 쟁점은?
  • 정진우 기자
  • 승인 2022.05.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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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ㅣ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19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ㅣ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들을 모두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 온 검찰개혁 입법을 매듭지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 시간을 4시간여 늦춘 오후 2시30분 청와대 본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어 검찰청법개정안과 형사소송법개정안 공포안을 심의한 뒤 오후 3시쯤 의결했다. 

이에앞서 국회는 이날 오전 10시 본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법안 중 하나인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석 174명 중 찬성 164명, 반대 3명, 기권 7명으로 가결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처리했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6대 범죄 중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4개 범죄를 제외(선거범죄는 연말까지 유예)하고 부패·경제범죄만 남기는 게 골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의 경우 검찰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안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별건수사를 제한한다는 게 핵심이다. 이 법안들은 공포 4개월 뒤인 오는 9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 이날 국무회의 비공개발언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공포안 의결과 관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개혁은 역사적·시대적 소명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라며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일부 축소한 것에 불과해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 향후 쟁점은 무엇인가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직후, 11일이나 12일에 검수완박법안 공포를 취소할 경우, 검수완박 법안 시행은 좌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물론 검찰은 마지막으로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달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위헌적 요소를 검토했다.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 범위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검찰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 1990년 1호 권한쟁의심판 사례 이래로 법률 제·개정 문제를 놓고 중앙정부기관과 국회가 처음 부딪치는 사건이 될 전망이다.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쟁점은 ▲ 입법이 강행됨으로써 소수당(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의 법안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 헌법이 검사를 수사 주체로 인정해 부여한 기능과 역할을 국회가 과도하게 제한했는지 등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 주장은 법사위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탈당'을 해 국민의힘 안건조정위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런 심의·표결권의 침해가 이번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 내내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요 법률을 만들 때는 입법예고나 공청회, 협상 등 민의를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해 차근차근 미비점을 보완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생략됐다는 지적이다. 

두번째 쟁점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검사의 권한이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문제다. 헌법 12조 3항과 16조는 검사를 영장 청구의 주체로 규정한다. 헌법에는 '수사'나 '수사권'이라는 말이 등장하지 않지만,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그대로 '배달'만 해줄 게 아니라면 영장 내용에 하자가 없는지, 피의자 혐의가 인정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데 이 자체가 검사의 수사활동이므로 검사가 수사의 주체라는 것은 당연히 유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사의 권한이 침해당했는지를 다룰 두 번째 쟁점은 '검수완박법' 자체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헌재는 권한쟁의심판에서 국회의 법률 제·개정 행위를 놓고 입법 절차상 하자가 아니라 법률 내용이 위헌인지도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이런 점에서 국민의힘과 검찰의 권한 침해 논리는 주안점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동일한 입법 과정을 문제 삼는 만큼 상호보완적이다.

검찰은 심의·표결권 침해에 중점을 둔 국민의힘 측 권한쟁의심판이 심리에 들어간 만큼, 일단 검사의 권한 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절차상 문제를 보론으로 다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로 대검은 헌재의 요청으로 국민의힘 사건과 관련해 전날까지 두 차례 의견서를 제출하며 입법 절차의 부당성 설명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아울러 검찰은 법조계에서 '검수완박법'의 문제로 지적해온 헌법상 평등권 문제나 고발인의 재판절차 진술권 침해 문제 역시 위헌성 문제를 부각하는 논거로 든다.

검찰은 이날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낸 입장에서는 "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권한이 박탈돼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선의의 고발이나 내부 비리에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호소는 가로막히게 된다"며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수사를 할 수가 없어 사건 전모를 밝히고 억울한 국민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진다"고 강조했다.

법률 위헌·무효화는 선례는 없어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는 권한쟁의심판은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국회의원이 심의·표결권 침해를 주장하며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노동법 등 '날치기' 입법 사태와 관련한 1997년 판례와 한국정책금융공사법 등의 심의 중 반대토론이 묵살됐다며 이정희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제기한 청구 관련 2011년 판례가 있다.

다만 이들 사례에서 헌재는 입법 절차상 하자는 인정하면서도 법률이 위헌이라거나 법률안 가결이 무효라는 판단을 내리지는 않았다. 2011년 당시 헌재는 "입법 절차에 관한 헌법 규정을 명백히 위반한 흠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결 선포행위를 곧바로 무효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헌재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회가 검찰의 권한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검수완박법'의 내용이 위헌이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  헌재는 검찰의 권한쟁의심판이 청구되면 이미 접수해 심리 중인 국민의힘의 청구와 병합해 심리하거나 두 사건을 병행해 판단할 수 있다.

■ 민변 "제도 안착에 협력해야" 참여연대 "사개특위 꾸려 보완해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3일 "입법 취지를 존중해 제도 안착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일부 축소한 것에 불과해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논평을 내고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이 더는 정쟁의 대상이 되지 않고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체제의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국회와 행정부, 검찰,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모든 국가기관이 협력할 때"라고 밝혔다.    민변은 다만 "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초래된 혼란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정권 교체 시기에 서둘러 법안을 추진했고 위장 탈당 등 절차적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최종 통과된 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일부 축소됐을 뿐, 후속 입법 없이는 수사와 기소 분리를 조직적으로 실현하기에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애초에 합의했던 중재안을 기반으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 중수청 신설에 따른 다른 수사기관과의 권한 조정 등을 논의할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법안으로 권한이 확대될 경찰에 대해서는 "비대해진 경찰권의 분산과 통제를 위한 경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기에는 경찰위원회의 권한 강화, 행정경찰과 사법경찰의 조직 분리, 실질적인 자치경찰조직 구성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