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ESG 마케팅과 늘어가는 그린워싱
[기자수첩] ESG 마케팅과 늘어가는 그린워싱
  • 이서련 기자
  • 승인 2022.04.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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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커피 프랜차이즈에 다회용컵이 전시돼 있다.ㅣ비즈트리뷴DB

지난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기업들은 너도나도 '친환경' 이름을 붙인 기획 상품들을 내놨다. 산업 전반의 주류 트렌드로 자리매김한 지구 환경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한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는 지구의 날 한정 컬렉션으로 텀블러, 코튼 컵홀더 등을 선보였고, 또 다른 커피 브랜드도 업사이클링 제품 키트를 출시했다. 한 패션 브랜드는 지구의 날 기념 프린팅 티셔츠를 내놨다.

하지만 같은날 이것이 정말 환경을 위한 것이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실제로는 친환경과 동떨어져 있지만 친환경인 척 광고하는 마케팅을 뜻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지적이었다. 사실상 매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린'을 내세우며 친환경을 이용할 뿐, 실상은 소비자들의 눈속임을 통해 이득을 취하는 행태라는 목소리였다.

그린워싱의 사례로는 디자인을 자주 바꿔 출시하는 텀블러나 에코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특히 일회용컵을 줄이자는 취지로 장려되는 텀블러의 경우 단 하나만 구입해 오래 사용해야 의미에 맞는데, 오히려 소비를 조장해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기게 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캐나다의 환경보호단체 CIRAIG에 의하면 플라스틱 텀블러는 50회 이상,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220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친화적이라고 한다.

역시 친환경으로 주목받았던 '생분해 플라스틱'도 그린워싱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분해 속도가 빨라 환경 영향이 적다고 알려졌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분해하는 시스템이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 같은 매립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부는 올해 이 소재로 만들어진 제품에 친환경 인증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그린워싱 이슈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기업들이 검증되지 않은 친환경 성과를 홍보하면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자 EU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그린워싱을 방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EU소비자규칙개정안을 새로 공개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에코(eco), 그린(green) 같은 친환경 표시 문구 사용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진짜 친환경과 초록색만 입힌 친환경을 구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적 기관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고, 소비자 역시 더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해당 기업보다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시민들은 기업들이 내건 구호에 당할 수밖에 없는 데다, 수법은 갈수록 더욱 교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들의 자정 움직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눈앞의 매출에 급급해 눈속임이나 슬쩍 끼워넣기식 전략을 고민하기보다는 진정한 자세로 ESG 경영을 실천해나가야 한다. 어설픈 친환경 마케팅은 그것이 고의든 아니든 불매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장할수록, 역효과도 비례한다. 기업이 친환경을 다루는 방식은 소비자들의 신뢰와 직결돼 추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비즈트리뷴=이서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