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글로벌경제, '중물가-중금리’ 시대로
[경제시론] 글로벌경제, '중물가-중금리’ 시대로
  • 박상현 연구원
  • 승인 2022.04.20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경제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하고있다.

2000년 IT버블붕괴이후, 엄밀하게는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저물가-저금리’로 대변되는 뉴노멀시대가 막을내리고 ‘중물가-중금리’ 시대로진입하고있다. 다소 섣부른 판단일수도 있지만 ‘중물가-중금리’ 시대를 고민하는 중요한이유는 물가압력이 빠른 시일내에 해소되기 어렵고 신냉전체제로 대변되는 글로벌공급망이 분화리스크가 궁극적으로 저물가시대로의 회귀를 어렵게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우선,물가압력과 관련하여 엔데믹 국면진입 지연은 글로벌 공급망차질 개선에도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일시적 물가압력 해소를 가로막고있다. 또한 각종 구조적요인,즉 인력난에 직면한 노동시장, 공급부족인 주택시장(=임대료상승), 에그플레이션 및 그린플레이션리스크 그리고 강한 투자사이클로 대변되는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압력 등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물가압력의 조기해소를 어렵게 할 전망이다.

구조적 물가상승 요인들이 저물가에서 중물가시대로의 전환가능성을 높이고있다.여기에다 중위기(Polycrisis)로 상징되는 글로벌 복합 불확실성 리스크는 물가측면에서 단기적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불안요인이다. 다중위기의 핵심인 신냉전 분위기 확산과 미-중간기술패권경쟁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 혹은 공급망이분화 리스크로 이어질수있음은 당연히 저물가기조를 흔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수요견인 인플레이션 압력도 중물가 시대를 여는 또다른 현상이다. 각종 경제 및 산업패러다임 전환과 관련된 투자수요는 공급망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상승 압력을 제거하더라도 각종 원자재는 물론 자본재 및 중간재 제품의 가격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 및 러시아제재 사태로 인해 유럽국가의 탈석유, 탈천연가스 정책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확대 가능성은 물가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투자수요 확대가물가에는 부정적이겠지만 중물가 시대에도 경기사이클이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어찌보면 90년대와 유사한 ‘중물가-중금리-중성장’ 시대가 재연될 수도 있다.

중물가시대로의 전환은 미연준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의미한다.

미연준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저물가에 대응한 저금리정책 기조가 아닌 중물가에 걸맞는 중금리 정책기조로 탈바꿈할 공산이 커졌다.

미연준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목표가 성장에서 물가에 상당기간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이다. 미통화 정책이 글로벌금융위기 이전인 1990년대~2000년대 초중반과 같은 모습으로 복귀할 여지가 커졌다. 즉,‘중물가-중금리’ 환경속에서 통화정책이 성장보다 물가에 연동되는 기조를 유지할 공산이 높아졌다.

역사적으로보면 1970년대~2000년 이전까지 미연준은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을 추진해왔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방기금 금리수준이 물가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반면에 2000년 이후 미국 통화정책기조는 물가보다는 성장에 무게를 두는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물가안정 혹은 저물가 기조가 유지된 원인도 있지만 2000년 IT버블붕괴 이후 미국 등 주요선진국의 성장모멘텀 부재가 저금리 정책을 촉발한 것이다. 강한 성장모멘텀부재로 인해 미연준 등 중앙은행들이 자산가격을 떠받치면서 저성장 혹은 안정적 성장을 유도했다. 가장 상징적인 시기가 글로벌금융 위기이후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중반까지의 기간으로 성장을 위해 초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었다.

그러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속한 변화가 다소 늦었지만 미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의 대대적 변화로 나타나고있다. 중물가 환경과 더불어성장측면에서도 새로운 투자모멘텀이 부상하고 있어 미연준 입장에서 성장보다 물가안정에 초점을 맞춘 통화정책 전환이 필요해진 것이다. 성장사이클에 대해 여타 주요기관의 성장 전망을 보더라도 미국경제가 내년까지 0~1%대의 저성장 혹은 경기침체를 주장하는 의견은 소수라는 점은 미국경제가 금리상승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잠재적성장률 수준의 성장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투자사이클 뿐만 아니라 미국가계의 자산구조, 특히 부채구조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큰 폭으로 개선되었다는 측면도 미연준으로 하여금 통화정책 기조전환을 가능케하는 요인으로 작용중이다.

‘중물가-중금리’ 국면에서 가장 우려되는 자산은 아무래도 주택가격이다. 모기지 금리상승이 주택가격에 당연히 악영향을 미칠수 있기때문이다. 다만, 미국주택시장이 공급부족 현상에 직면해있고 견조한 노동시장 그리고 낮은 가계부채 구조를 고려하면 ‘중물가-중금리’ 국면에서 주택가격은 일정기간 양호한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주택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지 않을경우 미국 경기사이클의 침체리스크도 줄어들 것이다. 채권시장의 경우 ‘중물가-중금리’ 현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예상되며 향후 적정 정책금리 수준을 감안하면 미국 10년금리는 궁극적으로 3% 중반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글로벌경기 관점에서 ‘중물가-중금리’ 현상보다 더욱 큰 리스크, 즉‘고물가-고금리’ 현상을 촉발할 리스크는 러시아제재 장기화 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분화이다.

러시아제재 장기화가 궁극적으로 유럽국가들의 러시아산 에너지수입 중단조치로 이어질 경우 러시아 대형기업들의 디폴트리스크는 물론 에너지 수급대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중물가-중금리’ 수준을 넘어 ‘고물가-고금리’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 트리거이다.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사태 장기화의 또다른 리스크는 신냉전 분위기 확산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이분화 현실화이며 이는 글로벌경제와 물가흐름에 큰 타격을 미칠것이다. 우크라이나사태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두개의 블록으로 이분화되는 시나리오의 경우 공급망 이분화가 이머징경제를 중심으로 글로벌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미국 성장 모멘텀이 아직 유지되고 있어 ‘중물가-중금리’ 시대를 글로벌경제가 인내할 수 있겠지만 러시아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이분화 리스크와 이에따른 중국경기의 경착륙 등이 일부 가시화된다면 ‘중물가-중금리’ 국면이 아닌 ‘고물가-고금리’국면으로 전환되며 글로벌경기와 금융시장은 커다란 리스크에 봉착할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