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론] 러시아 엑소더스
[경제시론] 러시아 엑소더스
  • 조주연 연구원
  • 승인 2022.04.07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러시아 엑소더스(대탈출)가 진행 중이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 푸드의 경우 러시아 지점을 닫았으며 델타,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항공사들은 러시아와 항로를 전면 차단하였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유트브 등도 러시아에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였으며 캐터필라, 쉘, 힐튼 등의 경우 신규 투자 및 프로젝트 일정을 취소하였다. 미국 기업들은 러시아 관련 모든 영업을 중지하고 있다.영국 극장들은 2022년 예정됐던 러시아 시베리아 국립 발레단, 로열 모스크바 발레단,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일괄 취소하였고 스페인과 아일랜드에서도 러시아발레단 투어가 취소되었다.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와 교류하고 협력해 온 프랑스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 역시 러시아 당국과 관련된 예술가 및 예술단체와의 협업을중단한다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물리적 충돌 및 이에 따른 대러 경제 제재는 고점을 통과한것으로 나타나지만 미국 내 반러 센티먼트는 구소련 시절이던 1983년 이후 가장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반러 센티먼트를 루소포비아라고 일컫는다.루소포비아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교육되고 견고해져 서방인들의 집단잠재의식에 영향을 주는 일종의 고정관념이다. 1877년부터 러시아는 대형 문어에비유되면서 서방으로 영토 확장을 노리는 악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반러 센티먼트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시절 크게 강화했다 잦아들었으나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역대 최고 수준 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외부의 적, 러시아의 등장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낮아졌던 지지율이 반짝 반등하는효과를 보았다. 특히 러시아 제재가 시작된 2월 말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율 모두 2월 21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민주당 지지율이 여전히 공화당 대비 낮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러시아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갤럽 서베이에 따르면 러시아를 미국의 적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8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집권기에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확대되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민주주의 사상이 강한 민주당이 인권, 복지, 평화 등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며러시아를 더 강력하게 비난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공화당과 민주당이 러시아를 비난하는 응답은 비슷하지만 경제 제재에 대한부분에는 민주당이 더 공격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대내적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제재를 강화해야한다는 입장이다. 2022년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우세한 의회라는 점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유지 및 패권 강화 과정에서 반러 센티먼트가 높아졌던 당시 상원의원으로 재직하였다. 러시아에대한 비우호적 감정이 더 강할 것이다.실제로 2022년 3월 15일 서명된 미국 FY22 예산안을 살펴보면 민주당이 장악한의회임에도 불구하고 국방비가 전년대비 가장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국토 안보 및외교 분야 예산 증가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지원금 136억달러 외 발틱 국가 1.8억달러, 폴란드 3천만달러, 루마니아 3천만달러, 불가리아 2천만달러 등 러시아 대응 관련 예산도 따로 편성 되었다.바이든이 제시한 2023년 예산 계획서를 살펴보면 7,730억달러가 국방비로 전년대비 8% 넘는 수치를 제시하였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예산 10억달러, 유럽방위 구상과 나토 지원금 69억달러 등이 포함되어 있다.이외에 인프라 예산 1,150억달러, 친환경 예산 450억달러, 의료 복지 예산 84억달러, 교육 복지 예산 등이 전년대비 증가한 순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재량 예산 증가분 1.6조달러를 부자증세를 통해 충당할것이라고 계획하였다. 여기에는 자산가치 1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미국인에 대해 미실현 자본 이득을 포함한 모든 소득에 20%의 최소 세금을 부과하는 억만장자 최소소득세를 신설하였다.

반러 센티먼트가 강화된 미국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적으로 간주될 가능성이높다.러시아 외환 보유액 가운데 위안화가 14%로 러시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중국은 서방국가들이 제시한 러시아 외환보유액 접근 금지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러시아는 외환보유액 가운데 47% 정도는 접근이 가능한상황이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 파트너이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출이 중국으로 향하게 되면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는 신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은 서방이 막아놓은 러시아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하원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의 미국 경쟁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상원에서 제시한 공급망 및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혁신법과 하원에서 제시한 그린 에너지 관련 기술혁신법을 종합한 법안이다. 4월 상원 통과 예정을 앞두고있다. 또한, 바이든 집권 이후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시총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추세이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2024년으로 예정되었던 ADR 상장폐지 조치 시점이 2023년으로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반러 센티먼트는 미증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완전한 러시아 엑소도스를위해서는 서방국들의 러시아산 에너지 자립이 필수이다. 이는 결국 신재생 에너지투자 가속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탈탄소화를 위해 에너지 전환에 투자하는 금액이 이미 미국을 2배 이상 넘어선 상태이다. 신재생 에너지 설비 Capa의 경우에도 중국이 미국보다 앞서고 있다. 최근 전력난 해소를 위해 탈탄소화를 미루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력난 해소를 위해 Capa 증대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2022년까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을 줄이겠다고 선언한 이후 각국 지도자들이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영국 보리스 존슨총리는 원전 가동을 단기적으로 늘리는 방향을 발표하였으며 독일은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을 건설하는 한편 재생 에너지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유럽의 원전 정책 전환이 나타나고 있지만 러시아가 핵연료의 주요 공급국이라는 점에서 이는 단기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로 인한 탄소 중립 달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러시아 엑소도스로 인해 서방국들의 그린테크 투자는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FY22 예산과 발표한 FY23 계획안을 보면 모두 국방비 다음으로 전년대비 증가율이 높은 분야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프라 투자이다. 최근 유가 상승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 예산안 통과 등에 힘입어 그린 테마관련주들의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신재생 에너지를 강조한 만큼 향후 정책 기대감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NH투자증권 조연주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