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액 급증...국내는 언제?
전세계 지속가능연계채권 발행액 급증...국내는 언제?
  • 황초롱 기자
  • 승인 2022.04.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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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세계 지속가능연계채권(SLB) 발행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가운데 국내 기업 및 기관 중 SLB를 발행할 첫 타자는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발행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전력회사 Enel은 2019년 15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발행 조건은 당시 46%인 회사의 청정에너지 발전 용량 비중을 2021년 말까지 55%로 상승시키지 못하면 해당 채권의 쿠폰이자율을 2022년부터 0.25%p 올려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ESG와 연관된 특정 목표(KPI)를 세우고 달성 여부에 따라 이자 지금이 달라지는 SLB란 점에서 다소 특이하다.

지난해 전세계 SLB 발행액은 약 900억달러(한화 약 110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대비 약 10배 증가한 규모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홍남기 부총리는 ESG 채권의 종류를 다각화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내에서 SLB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국내 기업이나 기관이 SLB를 발행한 사례는 없다. 이에 대해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서 첫 사례가 되는 만큼 목표와 조건 등이 주목받을 것이고 해당 채권에 대한 투자가 저조할 경우 평판 리스크가 고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관점에서도 우려와 비판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한 연구원은 "엄밀히 말하면 SLB는 ESG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조달된 자금의 사용처가 ESG 여부에 부합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또한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채권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점들은 발행과 투자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완과 타협을 통해 점차 해결될 것"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고려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21년부터 SLB를 ESG 채권과 동일하게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비즈트리뷴=황초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