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수사권 박탈] 김오수, '검수완박' 배수진
[검사수사권 박탈] 김오수, '검수완박' 배수진
  • 정진우 기자
  • 승인 2022.04.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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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검찰총장 ㅣ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 ㅣ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자신의 직을 걸고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막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이날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지검장회의 모두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어떠한 책임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은 형사사법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기능을 완전히 폐지하는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수사를 못 하게 되면 범죄자는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나며 부패, 기업, 경제, 선거범죄 등 중대범죄 대응은 무력화된다. 결국 검찰 제도가 형해화되어 더는 우리 헌법상의 검찰이라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새로운 제도 도입 당시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했던 저는 책임감을 느끼고, 국민 중심으로 검찰을 운영하면서 제도 안착과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다"면서 "이런 중요한 제도 변화는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김 총장은 "충실히 직무를 수행해 온 우리 검찰 구성원들에게 현 상황이 무척 답답할 것"이라며 "저와 대검은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사력을 다해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제도를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지검장들 '검수완박' 반대…"피해는 국민이 볼 것"

전국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국회에 형사사법제도 개선 특위를 구성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오전 10시 전국지검장회의를 소집해 오후 5시께까지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주재한 회의에는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획조정부장과 전국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들이 참석했다.

지검장들은 "일선 청을 지휘하는 지검장들은 2021년 1월 형사사법제도 개편 이후 범죄를 발견하고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고 진실 규명과 사건 처리의 지연으로 국민들께서 혼란과 불편을 겪는 등 문제점들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문제점조차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국민적 공감대와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않고 충분한 논의나 구체적 대안도 없이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법안이 성급히 추진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국민들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지검장들은 "검찰 수사는 실체관계를 명확히 밝히고 사건관계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필수 절차"라며 "검찰의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게 되면 사건 관계인의 진술을 직접 청취할 수 없는 등 사법정의와 인권보장을 책무로 하는 검찰의 존재 의의가 사라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을 위해 국회에서 가칭 '형사사법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해 검찰 수사 기능뿐만 아니라 형사사법제도를 둘러싼 제반 쟁점에 대하여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논의를 거쳐 형사사법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스스로도 겸허한 자세로 본연의 임무에 충실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의 후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기자들을 만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국민들께 잘 설명해야겠다는 논의가 많았다"며 "정부가 바뀌어도 국민께 불리한 법이 (일단) 통과되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검사장들도 오늘 의견을 냈다고 이해해달라. 적절한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시작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직접수사 범위가 제한돼 수사 지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수사가 오래 지연되면 검사가 불편한 게 아니라 국민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사와 기소가 분리될 수 있는가, 저는 그 질문을 던지고 싶다"며 "의심하면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서 묻고 발견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김 지검장은 '수사권은 입법 사안인데 공무원이 부적절하게 나선다'는 민주당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집단반발로 여겨지는 것은 경계해야 되고 그렇게 비춰지는 것은 죄송하지만, 절차와 내용의 문제를 국민께 알릴 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예세민 기조부장은 '김오수 총장이 법안 논의를 위해 국회를 찾아갈 가능성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있다"며 "특별한 전제조건 없이 의원과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드리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당초 예상과 달리 검찰의 공정성과 국민의 신뢰 회복 방안 문제는 크게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지검장은 "수사기능 자체를 폐지한다는데 우선 수사를 계속 할 수 있어야 공정성과 중립성에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지검장은 "검사장 중에 다양한 분이 있지만 직에 연연 안 한다는 것은 일치된 의견"이라며 "다만 그런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보다는 이 법안이 잘못되면 국민들의 피해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적극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 해야할 일을 다 하고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지검장들도 사의를 표명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되나'라는 질문에는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답했다.